“산모·태아 건강 지켜야” … 시험관 아기 수정란 3개로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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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부부가 체외 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 때 산모 자궁에 이식하는 배아(수정란) 수가 앞으로 3개로 제한된다. 다태아(쌍둥이) 임신 때 발생할지도 모르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서다.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28일 1차 회의를 열고 배아 이식 수를 제한할 것을 정부와 민간 의료기관 등에 권고했다. 보건복지부가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체외수정 시술 시 배아 이식 수 등에 관한 고시(가칭)’를 올 하반기 중 만들기로 했다. 현재 개수 제한 등을 요구하는 지침이나 법규정은 없다. 복지부의 고시가 나오면 이런 제한에 법적 구속력도 생길 수 있다.

 박상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은 “체외 수정 시술 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 다태아 임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런 경우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내놓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또 “너무 많은 배아가 착상된 경우엔 그중 몇 개를 골라 선택적 유산을 하기도 하는데 배아를 잠재적인 생명으로 보는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산모의 나이에 따라 35세 미만인 경우 1회 시술 시 배아 1개, 35~40세 미만은 2개, 40세 이상은 3개로 잠정적인 기준을 정했다. 관련 학회와 전문가 의견을 검토한 뒤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통령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정부 지원 난임시술을 받는 경우엔 반드시 고시에 따라야 하고 일반 시술은 자율에 맡기되 최대한 지키도록 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아 이식 수 제한 왜?=한국의 난임 부부는 2013년 이미 20만 쌍을 넘어섰다. 체외수정 시술은 그런 난임 부부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난임치료 시술이다. 난임 부부에게서 정자와 난자를 각각 채취한 뒤 이를 시험관에서 수정시켜 만들어진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시술을 할 때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는데 그 이유는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수정된 배아 중에 건강한 배아를 심어야 정상적으로 자궁에 착상돼 임신이 되는데 배아의 질을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확률에 의존해 여러 개를 이식하는 것이다. 시술 도입 초기인 1990년대엔 배아 감별 기술이 떨어져 한꺼번에 5~6개를 이식하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하면 다태아(쌍둥이)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3년 체외수정 시술로 태어난 아기 중 다태아의 비율이 42.9%에 달할 정도였다. 강남차병원 유상우(산부인과) 교수는 “다태아를 임신하면 아기가 저체중으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고 산모 역시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를 앓거나 유산·조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은 체외수정 시술 시 이식 배아 수를 법률로 제한하기도 한다. 독일이나 스웨덴 등은 법률로 규정해 이를 어기면 징역형이나 의사면허 박탈 등 제재를 가한다. 한혁동(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대한보조생식학회장은 “이미 학회 차원에선 한번 시술할 때 배아 3개까지만 이식하라는 권고를 내놨다. 이식 배아 숫자를 줄이는 게 산모와 아이 건강에도 좋고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본다. 다만 기준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난임 부부의 불만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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