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가입은 되고 탈퇴 안 된다니… ” “하부조직 탈퇴 허용 땐 단결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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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

경북 경주에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발레오전장 직원 550명은 2010년 5월 총회를 열었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산하 지회 노조원이었던 이들은 노조의 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바꾸자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참석자의 97.5%인 536명의 찬성으로 이들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발레오 노조를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금속노조에 남길 원했던 정모씨 등 6명의 조합원이 “탈퇴 결의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 5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1, 2심 재판부는 정씨 등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8일 이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고 이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쟁점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회가 독자적으로 산별노조를 탈퇴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피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태평양 이욱래 변호사는 “절대 다수 조합원이 기업별 노조를 선택했는데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산별노조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근로자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심은 법률상 독립된 노조만이 조직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봤지만 쌍용차 지부 등 이미 조직변경을 한 사례가 있다”며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로 바꾸는 것은 가능한데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여는’의 김태욱 변호사는 “노조가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규약은 강행법규에 위반되지 않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산별노조가 싫으면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 기업별 노조를 만들어도 된다”며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변경을 허용하면 산별노조의 집단적 단결권이 침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관들이 질문에 나섰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정씨 측 주장대로라면 독립성을 갖춘 지회만 노조 형태를 바꾸는 게 가능한데 그런 지회가 실제로 있느냐”고 물었다. 원고 측 김 변호사는 “사실상 없다”고 답했다. 이상훈 대법관은 “노조가 형태를 바꾸는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라는 업체가 개입해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질문했다. 피고 측 이 변호사는 “탈퇴 결의 시점에서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80% 이상의 조합원이 당시 결의를 지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법원은 올 하반기 중 이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2013년 기준 국내 산별노조는 총 113개로 소속 조합원 수는 88만여 명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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