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준비 18개월 …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가야 귀농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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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30년간 여행사를 운영하던 주호병(56)씨는 2013년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고향인 충남 홍성군 금평리로 귀농했다. 주씨는 2010년부터 매달 두세 차례씩 주말을 이용해 귀농 예정지로 내려가 영농법을 익혔다. 마을 주민의 절반가량인 30명이 귀농인이어서 이들과 미리 안면을 트는 데도 정성을 쏟았다. 서울과 고향을 3년간 오가다 회사를 넘기고 고향으로 내려가 유기농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주씨는 “수입은 꽤 줄었지만 생활비가 서울보다 훨씬 덜 드는 데다 자연과 어울린 농사일이 즐겁고 마음도 편해 선택을 잘했다 싶다”고 말했다.

반퇴 시대 <상> 귀농 패러다임 바뀐다
귀농귀촌 실패 안 하려면
덜 벌고 덜 쓰는 생활 적응하고 마을 주민과 어울리는 노력 필요
한해 소득 3017만원으로 줄지만 … 물가 저렴해 실수입 차이는 안 커

 “소득은 줄었어도 만족도는 높아졌다.” 농촌에 정착한 4050 귀농·귀촌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도시 생활 때보다 지갑은 얇아졌지만 쾌적한 환경과 여유로운 전원생활에 스트레스가 줄면서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월 농정연구센터가 2010~2011년 귀농·귀촌한 7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연평균 소득은 3017만원으로 집계됐다. 비료값 같은 비용을 뺀 순소득이 이렇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2013년 전국 자영업자 가구당 소득 5581만원보다 훨씬 적다. 지난해 전국 농가 평균 소득 3495만원에도 못 미친다. 귀농·귀촌을 위해 평균 18.4개월 준비 기간을 거치는데도 소득이 이 정도라면 귀농·귀촌이 결코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농촌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농정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금의 농촌 지역에서 계속 살겠다’는 응답이 89.3%에 달했다.

 소득이 줄어도 만족도가 높은 한 원인은 생활비가 적게 든다는 점이다. 귀농·귀촌인들 사이에선 도시 생활 때와 실수입 차이는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적잖다. ‘덜 벌고 덜 쓰는’ 생활에 적응하면 소득 감소에 따른 불편은 쾌적한 환경 등 농촌 생활에서 얻는 이익과 충분히 상쇄 가능하다.

 농사에 적응하면 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서울에서 교사로 지내다 2011년 충북 충주로 귀농한 심규대(59)씨는 자재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연소득이 3000만원 안팎이다. 심씨는 그간의 농촌 생활에 대해 “아직은 성공도 실패도 아닌 것 같다”며 “경작 노하우가 계속 쌓이면 소득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은 걸림돌이다. 경북 청도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귀농 5년차 이상술(47)씨는 고심 끝에 고등학생 자녀와 아내를 대구로 보냈다. 이씨는 “학원도 다녀야 하는데 시골에선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농어촌 특별전형도 있지만 다수가 혜택을 받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윤석인 여주농업경영전문학교 교수는 “고령화된 농촌은 상대적으로 젊은 4050을 반기는 경향이 있어 한 살이라도 젊을수록 성공적으로 정착할 확률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신홍(팀장)·송의호·황선윤·김방현·임명수·김윤호·최종권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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