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얼음물 한 모금씩 마셔야 최고의 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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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매일 술을 마시지만 많이 마시진 않는다. 혀와 코를 보호해야 하니까.”

 26일 서울 신사동 조니워커하우스에서 만난 짐 베버리지(64·사진) 조니워커 마스터 블렌더에겐 미각과 후각이 생명이다. 마스터 블렌더가 술의 배합과 제조에 관한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인 까닭이다. 조니워커에선 그가 최고의 술 전문가다. ‘조니워커 블루’를 비롯해 ‘킹 조지 5세’ ‘존 워커 앤드 선즈’ ‘조니워커 플래티넘’ 등의 위스키 시리즈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1979년 조니워커에 화학분야 연구원으로 입사한 베버리지는 90년 조니워커의 제6대 마스터 블렌더로 선정됐다.

그는 마스터 블렌더가 된 직후인 92년 이 회사의 간판 위스키인 ‘조니워커 블루’를 만들면서 유명해졌다. 조니워커 블루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800만 통의 오크통 중 1만 통 정도만 블루에 쓰인다”면서 “오래 숙성된 원액 중 최상급만 골라 만든다”고 설명했다. 베버리지는 이번 방한에서 ‘시그니처 블렌드’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VIP 고객과 2~3시간 정도의 토론과 시음을 통해 위스키 배합을 정하고, 이후 스코틀랜드에서 100병 내외를 제작해 보내주는 VIP용 위스키 제작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생겨났다. 당시 한 중국인 고객이 베버리지에게 “전시된 술을 오크통에 담긴 채로 몽땅 사겠다”고 말했는데 베버리지가 “그보다 맛있는 술을 내가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응수하면서 즉석에서 서비스가 생겼다. 지금까지 중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시그니처 블렌드 행사가 진행됐으며,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용은 8만 파운드(1억3600만원)부터 시작되며, 이번 방한에서 베버리지는 4명의 VIP 고객에게 시그니처 블렌드를 만들어 준다.

 베버리지는 “한국의 폭탄주 문화에 대해 잘 안다”며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른 주류 전문가들이 “우리 위스키는 폭탄주로 먹기에는 아깝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미국에서도 ‘보일러메이커’라는 칵테일이 ‘위스키+맥주’를 섞는다는 점에서 폭탄주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 주당들 사이에서 독주를 마시기 전에 맥주를 한 잔씩 ‘입가심’으로 먹는 습관에 대해서도 “스코틀랜드에도 비슷한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버리지는 “조니워커는 스트레이트잔에 따라 한 모금을 마시고 얼음 물을 한 모금 마셔야 향이 입안에 퍼져 가장 맛이 좋다”고 덧붙였다.

글=이현택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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