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측근 박준호·이용기 “리스트 은닉·인멸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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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증거 은닉ㆍ인멸 여부를 두고 27일 검찰과 성 전 회장 측근들이 공방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이헌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팀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다. 이들은 경남기업 회사 내부 자료를 파기하거나 빼돌린 혐의 등으로 이달 초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경남기업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이 진행된 지난 3월18일 오전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이 성 전 회장의 여비서에게 전화해 회장실을 치우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2차 압수수색을 앞둔 같은 달 25일에도 직원들을 시켜 주요 자료를 숨기거나 파쇄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여기에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 내역이 담긴 ‘비밀장부’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검찰 측은 특히 “박 전 상무는 회사 내부 CCTV를 전부 끄고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 등을 쇼핑백 3개에 담아 회사 옆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차량 등에 숨겼다”고 말했다.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이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증거 은닉ㆍ인멸을 공모한 것이라고 주장이다.

하지만 박 전 상무와 이 전 팀장 측 변호인은 은닉ㆍ인멸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비밀장부’ 등 리스트와 관련된 자료 존재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경남기업 내부 자료를 치운 것은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이라며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성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 대응 차원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 전 회장이 해외자원개발 수사를 받을 땐 이들은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며 “리스트가 발견되자 갑자기 증거 은닉ㆍ인멸 혐의로 조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정치권 로비의혹 사실 규명엔 이번 증거 은닉ㆍ인멸 사건이 핵심“이라며 “현재 은닉 자료에 대해선 계속 추적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또 “해외자원개발 수사 때는 박 전 상무나 이 전 팀장의 행동이 별다른 문제가 안 됐지만 성 전 회장 사후 로비수사와는 관련성이 있다”고도 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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