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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사실상 전면 시행] 학교로 떠넘긴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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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선 학교가 내년 2월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한 정부 결정이 새로운 파문을 낳고 있다.

NEIS 도입.운영을 놓고 지난해부터 교육부와 전교조.교장단 등이 힘겨루기를 해왔으나 이제부터는 갈등이 일선학교로 확산될 우려가 커진 것이다.

학교마다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방식 등이 중구난방인 데다 어떤 방식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기록.보관할 것인지를 놓고 일선 학교에서 교장.정보담당교사와 전교조가 사사건건 충돌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구난방 학교 현장=교육부의 결정에 따라 고2 이하의 경우 생활기록부는 수기(手記)작성이 원칙이다. 그러나 학교 실정에 따라 NEIS(시.도교육청별 서버로 통합 관리, 웹방식)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학교단위 서버 폐쇄 운영), 단독 컴퓨터(SA, 서버에 연결 안 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다.

수기는 1997년 이전에 교사들이 손으로 장부를 쓰던 방식이며, SA방식은 학교에서 학생부 작성을 위해 사용되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인 퇴물방식이다.

한국국공사립 초중고교장 협의회는 1일 "교육부의 결정은 자동차(NEIS)를 타든지, 마차(CS)를 몰든지, 걸어(SA)다니든지, 기어(수기)다니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학교현장에서 원시시대와 21세기가 뒤섞이게 되는 한심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백영현(白永鉉.48) 덕성여고 교무부장도 "결국 NEIS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린 교육부의 결정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단 운영방식이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내년 2월께엔 교육부가 정보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한 방식으로 교사들이 업무를 다시 처리해야 하는 등 불편도 예상된다.

◆학교내 갈등 확산=가장 큰 혼란은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놓고 벌어질 교장, 정보담당교사, 전교조 간의 다툼이다. 교육부가 채택 방식에 대한 결정을 일선학교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당장 전교조는 이날 "NEIS를 학교 현장에서 가동 불능상태로 무력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반해 교장단과 일선학교 정보화담당교사들의 모임인 전국교육정보화담당자협의회는 "(전교조 주장인)CS 복귀를 거부하며, NEIS로 가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한 학교 안에서 학교장이 NEIS 입력을 요구하고, 일부 교사들은 NEIS 방식대로, 전교조 교사들은 NEIS가 아닌 CS나 수기 방식으로 교무.학사 및 진.입학 업무를 처리하는 일이 벌어질 우려도 있다.

이러한 갈등의 틈바구니에 낀 교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조기영(趙基英.49) 동덕여고 교사는 "지난해부터 고생해 NEIS 작업을 해온 정보담당교사들은 당연히 NEIS를 선택할 것인 반면 전교조는 CS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며 "교육부 결정은 결과적으로 정보담당교사와 전교조가 서로 싸우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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