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털보’ 클롭 감독 잡아라 … 맨유·레알도 몸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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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도르트문트 팬들은 클롭 감독을 위해 ‘감사해요 위르겐’이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AP=뉴시스]

‘클롭 감독이 유럽을 미치게 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유럽 프로축구팀들의 위르겐 클롭(48·독일) 도르트문트 감독 영입 경쟁을 이렇게 표현했다.

 2018년 6월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 계약한 클롭 감독은 지난달 15일 2014-15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언론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맨체스터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리버풀(이상 잉글랜드)·바이에른 뮌헨(독일) 등 빅 클럽들이 클롭을 원하고 있다고 한 달 넘게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1m93cm의 큰 키, 굵은 뿔테 안경, 덥수룩한 노랑 수염, 트레이닝복은 클롭 감독의 상징이다. ‘괴짜 털보’ 클롭의 매력은 무엇일까.

 독일 2부리그 마인츠에서 12년간 뛰며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소화했던 클롭은 2001년 마인츠 감독을 맡아 2004년 창단 99년 만에 1부리그 승격을 이뤄냈다. 2008년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고 2011년과 2012년 분데스리가 우승, 2013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이끌었다. 클롭 감독이 창시한 ‘게겐 프레싱(최전방부터 압박해 볼을 가로챈 뒤 공격하는 전술)’은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클롭의 선수 발굴과 육성 능력도 탁월하다. 2010년 4억원에 영입한 가가와 신지(일본)를 2012년 맨유에 290억원에 팔아 70배가 넘는 수익을 냈다. 바이에른 뮌헨의 레반도프스키, 마리오 괴체도 그의 제자다. 선수들은 그를 ‘보스(Boss)’라 부른다. 누리 사힌(도르트문트)은 “클롭에게는 벽을 뚫고서라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클롭 감독은 ‘독설가’ 조세 무리뉴 첼시 감독과 장외 말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둘 만큼 언변이 뛰어나다. 그는 마인츠 시절 제자였던 차두리(35·서울)에게 2008년 전화를 걸어 “넌 이제부터 우리팀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다. 지금 스태프 회의 중이고 스피커 폰으로 연결돼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클롭은 차두리의 추천을 받아 이영표를 영입했다.

 재정 압박으로 레반도프스키·괴체 등을 떠나보낸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중반 리그 16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클롭은 컵대회 결승에 올랐고, 리그 7위로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권도 따냈다. 축구에서 돈이 전부가 아니란 것을 증명했다.

 도르트문트 팬들은 지난 24일 분데스리가 최종전 후 ‘감사해요 위르겐(Danke Jurgen)’이라고 쓴 현수막을 걸었다. “스페인 팀을 맡을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스페인어로 “Una cerveza por favor(맥주 한 잔 주세요)”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털보 쾌남’ 클롭 감독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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