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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석천의 시시각각

‘황교안 총리’ 뒤에 숨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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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천
권석천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석천
사회2부장

오늘의 물음은 ‘왜 황교안인가’다. 오해 마시길 바란다. 이 자리에서 따지고 싶은 건 총리 후보자 개인에 대한 왈가왈부가 아니다. 대통령이 왜 그를 총리 후보자로 선택했느냐다. 그 이유를 알아야 박근혜 정부가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보자. 왜 황교안인가. 다음은 복수의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에게 묻고 그들이 답한 내용이다.

 - 대통령이 황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는.

 “지난 21일 청와대 발표대로일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적임자’라고 하지 않았나.”

 -‘부패 척결’ 미션이 국무총리 직무와 맞나.

 “헌법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86조)고 돼 있다. 부패 척결은 총리가 아니라 검찰총장 내지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총리한테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주문도 생경하다. 정치개혁은 국회나 새누리당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정부 자체 사정을 강화하라는 뜻 아닐까.

 “그러려면 총리실 산하에 있는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을 최소한 지방검찰청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 그게 가능하겠나.”

 - 그렇다면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가 잘못된 건가.

 “아니다. 오히려 메시지가 정확하게 관리된 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메시지가 정확하게 관리됐다고?

 “지금까지 상황을 보라. 이완구 전 총리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한 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달이 벌어지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도 대통령이 검사 출신 법무장관을 총리 후보로 내정하고 중단 없는 사정을 국정지표로 삼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총리 지명, 인선 발표 자체가 메시지요, 통치행위다.”

 - 하지만 성완종 전 회장 죽음으로 박근혜 정부의 사정에 브레이크가 걸린 거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사정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자전거가 달리다 멈추면 어떻게 되나. 옆으로 쓰러지는 법이다. 그런 점에서 권력 내부의 역학관계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 내부 역학관계라니? 그건 또 무슨 얘긴가.

 “지금 만약 부패와의 전쟁을 접는다면 ‘사정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이완구 발(發) 사정을 주도했던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이 책임을 면하려면 계속 가속페달을 밟는 수밖에 없다. 황교안 장관은 그 간판 얼굴로 간택된 것뿐이다. 이번 총리 인선은 사정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그들이 또 한번의 파워게임에서 승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

 - 대체 ‘그들’이 누구인가.

 “심증은 가지만…분명한 건 대통령 반경 500m 이내에 있는 인물들이란 사실이다. 그들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알고 있을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언급한 ‘이상한 일’과 관련 있지 않겠나.”(※유 원내대표는 총리 인선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아침 8시쯤 (청와대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제가 잘못 들었는지 약간 해프닝이 있었다. 좀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 앞으로 사정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한번 사정에 중독되면 그 감칠맛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계속 판돈을 키워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권력의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문제는 능력이다.”

 - 능력? 어떤 능력을 말하는가.

 “검찰의 특수 수사가 예전 같지 않다. 정동화(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김진수(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포스코· 경남기업 수사가 웅덩이에 빠져 바퀴가 헛돌고 있다. 능력이 부치는 상태에서 사정 속도를 높이다 보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고 소음만 커진다. 또다시 비극을 잉태할 가능성도 있고….”

 - 마지막 질문이다. 사정이 나쁜 건 아니지 않나.

 “국가가 다짐한 원칙의 테두리 안에 있으면 안전하고 자유롭다는 걸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사정이다. 특정 그룹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하고, ‘법 앞에 평등’ 약속을 깨는 건 사이비 사정, 가짜 사정이다.”

권석천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