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15년골치 IRA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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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처」수상을 비롯한 정부의 수뇌부가 한꺼번에 큰일을 당할뻔 했던 폭발물사건에 영국국민들은 12일 온종일 충격과 경악으로 보냈다.
사건발생후 IRA (아일랜드공화군) 의 정치단체 지도자「제리·애덤즈」는『이번사건은 영국이 북아일랜드에 군대를 주둔, 강제점령하고있기때문에 당한 업보』라고 주장했다.
영국과 아일랜드공화국으로부터 불법단체로 지목된 IRA는 영국국민들에게 테러단체의 대명사처렴 되어있다.
IRA의 테러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아일랜드의 소수파인 가톨릭교도들은 다수파인 신교도로부터의 차별대우에 반발, 폭력으로 맞섰다.
그이후 테러사건은 꼬리를 이어 발생했다.
69년이후 IRA의 테러 또는 IRA와의 싸움으로 죽은 사람은 2천4백명, 부상자는 2만6천여명에 달했다.
IRA가 국제적으로 테러단체의 오명을 감수하면서 폭력행위를 계속하는것은 그들로서는 아이리시민족을 위한「성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국지배하의 북아일랜드를 독립시켜 아일랜드와 통일하겠다는 투쟁목표를 내걸고있다.
그러나 속사정은 간단치가 않다.
북아일랜드 주민 1백55만명중 3분의2는 잉글랜드인과 스코틀랜드인 자손으로 신교도들이며 나머지 3분의1은 아이리시계통으로 구교도들이다.
신교도들은 구교국가인 아일랜드로 귀속되기보다는 같은 신교국가인 영국지배하에 머물러 있기를 원한다.
북아일랜드의 구교도들로 구성된 IRA나 신페인 같은 정치단체는 또 지금의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통일되는것을 바라는것도 아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체제인 아일랜드 공화국대신 사회주의공화국을 건설하겠다는 정치노선을 지키고있다.
따라서, 아일랜드공화국은 IRA를 경계하고 단속하고 있다.
영국정부가 북아일랜드에 쏟고있는 돈은 주둔군 군사비를 제외하고 한해평균 거기서 거두는 세금총액보다도 13억∼14억파운드 (약1조5천억원) 더 많다.
그래서 하원에서 논의될때마다「밑빠진 시루」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영국정부의 기본입장은 북아일랜드주민들이 의견일치만 본다면 그들 뜻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구교도의 뿌리깊은 감정으로보아 의견일치는 불가능하다.
IRA가 계속 테러행위를 감행하는 이유는 영국국민, 그리고 정부로 하여금 진절머리 나게해서 자진철수, 포기토록하고 그다음엔 그들복안대로 통일정부를 이룩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IRA의 이번 폭발물사건은 일시 충격을 주긴했지만 오히려 탄광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시달리고있는「대처」수상의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결과가 됐다.
사건와중에서도 침착하게, 그리고 단호한 결의를 보인「대처」수상에게『위기에 능한 지도자』라는 찬사가 일반여론에서 일어나고 있는것이 이를 설명하고있다.

<런던=이제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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