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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해외 서점가] 땀과 눈물 어린 문학수련 … 중국작가 위화의 고백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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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우리 삶은 거대한 격차 속에 있다
(원제 我們生活在巨大的差距里)
위화 지음, 베이징시월문예출판

위화(余華)는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중국작가 중 하나다. 모옌(莫言)이 2012년 노벨상을 수상하자 “그럼 위화는?”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 삶은 거대한 격차 속에 있다』는 위화가 10년 만에 펴낸 산문집이다. 그래서 출판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책 제목에서 보듯 중국 사회의 격차에 주목한 그는 지난 30년간 중국의 경제발전이 불러온 가치관과 사회상의 변화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우리 모두는 고삐 풀린 채 미친 듯 질주하는 야생마를 땀흘리며 뒤쫓아 달려왔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다. 고삐 풀린 말도 결국은 지쳐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한 나라 두 세상’)

 그러나 이 책의 중국 사회 비판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 국내 사전 검열을 거쳐서다. 2013년 대만에서 출판된 『단어 열 개로 읽는 중국』(한국판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에서와 같은 신랄함을 기대하긴 힘들다. 1989년 천안문 사건의 체험으로 시작했던 『단어…』는 당연히 중국 대륙에선 출판되지 못했다.

 이번 산문집의 미덕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그는 소년 시절 겪었던 문화대혁명부터 작가 지망생 시절의 기억들을 담담하게 풀어놓으며 자신의 원체험들이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었는지 돌아본다. 가령 『형제』를 비롯한 그의 작품들이 왜 그렇게 핏빛 흥건한 폭력으로 일관했는지를 문혁 와중에 목격한 집단 처형의 기억과 연관 짓는다.

 그의 문학수련 과정도 흥미롭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이 아니면 읽지 못하던 시절 그의 감수성을 채운 것은 알바니아와 북한 영화 ‘꽃파는 처녀’가 전부였다. 그러다 마오의 사망으로 금지가 풀리자 서구 영화를 닥치는 대로 섭렵했다.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를 본 날은 시내버스 막차를 놓쳐 20㎞를 걸어가기도 했다. 서점의 책 공급이 충분치 않아 새벽부터 서점 앞에 줄을 서 ‘책표’를 받고는 하루 2권씩 사서 읽었다. 뒤죽박죽 닥치는 대로 읽으며 “소설은 이렇게도 쓰는구나”라고 익힌 게 문학수업이었다. 『형제』와 『제7일』의 창작 노트, 후기를 덧붙였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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