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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장학생 문정원, 이제는 김연경과 한솥밥

중앙일보

입력

'김연경 장학생' 문정원(23·한국도로공사)이 김연경(27·페네르바체)과 한솥밥을 먹는 꿈을 이뤘다.

문정원은 지난해 프로배구 데뷔 4년만에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2011년 도로공사 입단 이후 줄곧 교체 멤버로 웜업존을 지키던 문정원은 2014-2015시즌 27경기 연속 서브 에이스 기록을 세우면서 무명의 세월을 떨쳤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주전 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것이 더 익숙했지만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에 출전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문정원이 시니어 선수로 태극마크를 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정원이 더 감개무량한 건 동경하던 선배 김연경과 한 코트에 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연경-일주 유소녀 배구 장학생'은 2009년 김연경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기부한 금액과 일주학술문화재단이 내놓은 금액을 합쳐 조성된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정원은 송원여상에 다니던 2009년 '김연경 장학금'을 받았다. 문정원은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먼 사람'으로 느껴졌는데 코트에 함께 설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대회가 끝나면 꼭 연경 언니에게 사인을 받고 셀카도 함께 찍을 것"이라며 설레어 했다.

문정원은 "지난 시즌을 계기로 웜업존에 선 선수들에게 희망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좀처럼 주전으로 나설 기회가 없었던 문정원은 "'배구를 계속 해야 하나', '실업팀으로 가야하나' 등 많은 생각이 든다"면서 "'‘딱 1년만 더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즌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스스로 배수진을 친 문정원은 서남원(48) 전 도로공사 감독이 준 기회를 악착같이 붙잡았다. 한 번, 두 번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스타팅 멤버가 됐고,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됐다.

문정원은 "나를 많이 알렸다는 것보다 수년씩 코트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는 게 더 기쁘다"며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후배들로부터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저도 언니처럼 될 수 있겠죠'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대표팀에서도 문정원은 소박한 꿈을 키우고 있다. 그는 "대표팀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 역시 경기에 나가는 거다. 경기에 나서는 것조차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프로배구에서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정원은 21일 펼쳐진 호주와의 조별예선에 나서 대표팀 경기에서는 처음으로 서브 에이스 2개를 작성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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