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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정열"이 관중을 압도|지휘-연주자 콤비가 열기 더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고려교향악단이라는 민간교향악단이 있다.
77년에 창단이 되었으니까 거의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고려교향악단이라는 이름은 해방직후 현제명을 중심으로 시작했던 우리 나라 본격적인 교향악운동의 시발이었다.
1948년에 해산된 고려교향악단과 현재의 고려교향악단과는 별다른 관계는 없지마는 어쨌든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생적인 힘으로 7년동안에 정기연주회를 포함해서 48회의 연주를 한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다.
그 동안 고려교향악단은 주로 유관순 기념관과 중앙국립극장이 주 연주장이었다.
그런데 5일의 49회 정기연주회는 4천석 가까운 세종문화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종이라는 27세의 젊은 지휘자가 등장해서 세종회관을 꽉 메우게했다.
사람만 메우게 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음악적인 이상으로 고려교향악단에 새활기를 불어넣었다. 「라흐마리노프」 의 방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미국에서 수학중인 피아니스트 김영호를 독주자로 맞았다.
20대의 남성연주자를 기다리고 있는 한국의 악단에는 귀한 존재다(교향곡2벅 협주곡2번) 이 두사람의 콤비도 이 음악회의 열기를 더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유종은 작년에도 고려교향악단을 지휘해서 선풍을 일으켰다. 그래서 그의 지휘자로서의 가능성과 음악적 역량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부연할 것은 그는 오케스트라를 다룰 수 있는 역량과 그리고 거기서 얻어질 효과를 면밀하게 계산할 수 있는 예측력을 가지고 있고, 이런 것들이 곧 연주의 효과에도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젊으면서도 자기도취의 패기에 말리지 않고 이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유종이라는 지휘자의 가능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고려교향악단에 새로운 관심을 불어넣게 한 것도 이 나이 어린 지휘자가 해낸 대단한 기여다.
앞으로 고려교향악단과 같은 자생적인 악단의 성장도 이제 관심을 모을 때다. 그리고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할 유종의 모습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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