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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 변화 이끌어" 1000만 블로그 '자유언론' 물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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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난징(南京)의 인민은행에 근무하는 황후이(黃慧.여)는 최근 퇴근 후 습관이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MSN에 접속해 채팅을 하거나 e-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새해 들어 그날 하고 싶은 말들을 녹음해 블로그에 올린다. 사소한 연애 이야기부터 정치.경제 분야 관심사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황후이뿐만이 아니다. 1000만 명의 중국인이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블로그에 빠져 있다. 이로 인해 중국 정치와 경제.생활 등 모든 부문에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블로거들의 언로를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자유언론이 된 블로그=전 남방일보(南方日報)그룹 기자인 안티(安替). 그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블로거다. 매일 수만 명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그는 2004년 말부터 민주화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정부의 언론정치 이야기' 등 그의 글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홍콩 시사지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런던 지하철 폭탄테러 사건 때 베이징(北京) 시민 대부분은 MSN과 Web 2.0 등 인터넷에서 뉴스를 접했다. 사건 발생 1시간 후 중국 네티즌들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1만여 건의 글을 올렸다. 언론 보도보다 수 시간이나 빨랐다.

유명 인사들도 블로그를 통해 시민들을 만난다. 인터넷 포털 신랑(新浪)은 지난해 7월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며 중국 유명배우인 쉬징레이(徐靜)를 블로거로 유치했다.

중국 CCTV 경제채널의 후융(胡泳) 프로듀서는 "지난 20년간 중국은 정치적으론 큰 변화가 없었다. 개인의 의사표현은 제한을 받는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한 블로그에 집착하고 있다. 이것이 중국 사회를 민주적으로 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는 감시 강화=중국 정부는 2003년 2월 '비(非)경영성 인터넷 정보서비스 관리법'을 만들어 블로거들을 통제하고 있다. 대만 민주화나 파룬궁(法輪功), 티베트 독립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정보를 올릴 경우 1만 위안(약 13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블로그를 폐쇄한다. 블로그 개설이 실명제여서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블로그는 많지 않다. 중국 정부는 또 '징징(警警)'과 '차차(察察)'로 명명된 사이버 경찰관 수만 명을 동원해 블로거를 감시 중이다. 지난해에만 4000여 명의 인터넷 경찰을 선발했다.

◆ 중국의 블로거 인구=지난해 말 1000여만 명을 넘어 중국 인터넷 인구(1억3000여만 명)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블로그 서비스 사이트인 보커왕(博客網)이 2002년 8월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지 3년여 만이다. 올해는 20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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