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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창업] 이상하다, 손님이 왜 안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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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해 직장을 그만둔 이홍기(41.사진)씨는 음식점을 창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난생 처음 하는 요식업이라 기존 가게를 인수하는 쪽을 택했다. 마침 좋은 매물이 나왔다. 서울 방이동의 '최고을 동태찜'이란 곳이었다. 60여 평, 100여 석 규모로 평균 하루 매출이 70만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인수하는데 권리금, 시설비, 인테리어 보수 등 2억원 남짓 들었다. 이씨는 인수 보름 전부터 가게에 나가 일을 했다. 새 주방장과 함께 주방에서 조리법을 전수받았고, 직접 서빙도 했다. 전 주인으로부터 고객 정보도 넘겨받았다. 이씨는 가게를 인수한 이후에 고객에게 덤을 듬뿍 얹어주면서 단골의 발길을 잡았다. 인수 이후 이씨의 가게는 매출이 더 올랐다.

이씨와 같은 창업 방법을 '인수 창업'이라고 한다. 창업 노하우가 부족한 초보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권리금을 더 주더라도 장사가 잘되는 곳을 인수하는 게 새 가게를 여는 것보다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수 창업을 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창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장사가 잘되는 곳이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인수하면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쌈밤집을 운영하다 가게를 접은 김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김씨는 웰빙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순수익이 난다는 쌈밥집을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이것저것 해서 2억9000만원이 들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지만 조금씩 손님이 줄었다. 이제는 한 달 이익이 4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김씨는 투자비용을 건지기 위해 음식 양을 조금 줄였다. 또 값싼 재료를 썼다. 경험이 부족해 종업원을 잘 관리하지 못했다. 그랬더니 단골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다. 한마디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고 경영 전략이 없었던 것이다.

상권 변화, 계절적 요인 등 인수 과정에서 꼭 파악해야 할 것을 꼼꼼히 챙기지 못하면 실패한다. 주점을 차리려는 이모씨가 생활정보지를 통해 대학가의 카페를 7000만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만 해도 손님이 비교적 많았다. 그러나 곧 방학이 되면서 손님이 줄어들었다. 또 날이 추워지면서 화장실 동파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결국 이씨는 자신이 인수한 가격보다 더 싼값에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인수 과정에서 기본적인 사항을 미리 파악하지 못해 실패하는 창업자가 허다하다"면서 "가급적 전문가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특히 양도 조건, 법적 하자 여부 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유명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를 너무 믿어서도 안된다. 프랜차이즈점은 권리금이 비싼 편이지만 입지나 상권, 점주의 능력에 따라 매출이 크게 차이가 난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실제로 매출이 많이 나고 수익성이 좋은지 일정 기간을 두고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인수창업 성공의 변수는 충성 고객(단골)이다. 가게를 인수한다고 저절로 손님까지 받는 것은 아니다. 단골은 단지 가격.입지.맛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친근함과 편안함 때문에 단골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다. 이런 점 때문에 주인이 바뀌면 단골이 끊어지기 십상이다.

이상헌 소장은 "단골을 재빨리 붙잡으면 인수 창업은 일단 안정궤도에 오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전 주인으로부터 받은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게 좋다. 입지가 안 좋은데도 손님이 들끓는 곳이 있다. 대부분 사업주의 수완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경우다. 이런 가게의 단골은 주인이 바뀌면 곧장 떠난다. 매출을 더 늘리고 싶다면 인수 이후 가게 리모델링을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주 고객의 성향을 분석해 그들이 좋아하도록 장식을 바꾸거나 메뉴를 추가하고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 점포를 인수했을 때 이런 점을 꼭 따져보자

①나에게 맞는 업종인가
②권리금과 시설비는 적당한가
③이익은 얼마나 나는가
④인허가 사항·점포 명의변경 등 법률적인 문제는
⑤외상은 있는가
⑥건물주와 이해 관계는
⑦동일 상권 내 경쟁점포는
⑧시설·입지 등 업종 전환이 가능한가
⑨전 주인에게서 기술·경험 등을 충분히 받을 수 있나
⑩유동 자금은 있는가
⑪어떤 사람들이 단골인가
⑫인수한 뒤 리모델링 비용이 들어가야 하나
⑬기존 종업원을 어떻게 해야 하나
⑭거래처와의 관계는 어떤가
⑮프랜차이즈라면 본사와의 법적 관계는 어떤가

자료: 창업경영연구소(www.icanbiz.co.kr)·창업전략연구소(www.changupok.com)

인수창업 실패를 줄이는 전략

①이것저것 따지고 재볼 게 너무 많다. 반드시 전문가 또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②전 주인의 말만 믿지 말고 장부와 계약서류 등 근거 자료를 요청한다.
③반드시 원가를 분석해 수익성을 계산한다. 가급적 여러 날 실제 손님이 얼마나 들고 무엇을 사는지 지켜보는 게 좋다.
④주변에 대형점이나 경쟁점이 들어오는지 상권의 변화를 확인한다.
⑤점포 매출이 업종이나 입지보다 점주의 경영수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면 인수하지 않는 게 낫다.
⑥인수 이후 단골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지 전략을 세운다. 보통 주인이 바뀌면 단골은 떠난다.
⑦기존 가게의 약점을 고치는 것보단 장점을 이어간다는 생각으로 경영한다. 종업원·인테리어·메뉴 등을 갑자기 바꾸지 말자.

도움말: FC창업코리아(www.changupkorea.co.kr)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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