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신라 혜초 스님 다녀간 곳이 내 선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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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역사와 문화를 앞세운 ‘소프트 정상외교’로 장군 멍군을 불렀다.

 박 대통령은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한·인도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거론하며 한·인도 간 친밀감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 주인공인 인도 소년 파이가 자신의 부모를 ‘엄마·아빠’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며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고, 가장 친근한 단어인 엄마·아빠가 인도 소년의 입에서 나와 많은 한국인이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 남부지방에서 사용하는 타밀어에서도 부모를 엄마·아빠로 부르고 있으며 우리말과 똑같은 타밀어 단어가 1300개나 달한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미 2000년 전에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가 가야국 김수로 왕과 결혼해 왕비가 됐다는 기록도 있다”며 “이렇게 문화적·역사적으로 가까운 양국 관계가 최근 들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모디 총리는 “인도와 한국은 고대로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며 “저는 양국 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모디 총리는 전날 한·인도 정상회담 후 열린 만찬에서도 박 대통령 못지않게 양국의 친밀성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저 개인적으로도 한국과 인연이 있다”며 “(『왕오천축국전』을 지은 신라) 혜초 스님이 예전에 인도를 다녀가셨던 곳이 베나레스로, 바로 제 선거구”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또 “인도 시성 타고르도 한국에 매혹됐던 것 같다. (시에서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일컫기도 했다”며 “한국의 자연환경, 아름다운 문화, 따뜻하고 친절한 한국 국민을 겪은 사람이면 누구나 타고르의 표현에 공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이 양국을 이어 주는 신성한 연결고리”라며 “양국의 과거가 서로에 대한 애정과 경탄의 역사였다면 현재 그리고 미래는 강력한 파트너십의 역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특히 “인도에서 크리켓팀이 승리하면 ‘강남스타일’ 춤을 추면서 자축한다”며 “저희는 한국 전화로 전화하고, 한국 자동차를 타고, 또 한국 컴퓨터로 일하고, 한국 TV로 좋아하는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고 했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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