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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를 흔든 시 한 줄

강석희 작곡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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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 이상(1910~37) 오감도 시 제1호

나는 이상의 천재성을 음악에서 찾으려 했다. 당시 유럽에 등장했던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이상이 ‘오감도’를 썼다면 그의 시대감각은 대단한 것이다. 만일 어떤 작곡가가 이 무렵, 세계 음악의 경향에 관심을 갖고 12음기법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면 우리 음악계는 일찍이 세계의 대열에 끼여 활동했을 것이다.

 나는 대학생 때 이상의 시대감각에 반했다. 교수로 재직할 때는 가끔 제자들에게 ‘오감도’를 주제로 작곡하도록 했다. 이상은 평면적 차원을 뛰어넘는 기하학적인 시들을 썼다. 그가 쓴 구조는 12음기법을 연상시킨다. 또한 그의 시들은 음악을 연상시킨다. 작곡가의 눈에는 아주 흥미로운 시이기도 하다. 마치 미니멀 음악처럼 반복이 계속되는 시의 문구는 끝없이 흘러가며 매번 다른 의미를 설명한다. 음악에서는 1960년대 중반의 미니멀 음악에서나 나타나는 방법이다. 만일 이 시로 작곡한다면 매번 똑같은 음열을 반복해 나가는 방법과 매번 다른 음열을 이용해 작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법은 시 속에 등장하는 13의 아해를 한 사람으로 보거나 13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석희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