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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전시] 아이의 눈으로 그렸네, 한국 추상화의 대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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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세모·네모 같은 기본 도형이 얼굴이 되기도, 나무나 집이 모인 마을 어귀가 되기도 한다. 장욱진의 심플 미학이 유쾌하게 드러난 유화 ‘얼굴’(1957)이다. [사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1963년 경기도 덕소. 46세의 장욱진(1917∼90)은 이곳의 흙집 부엌 회벽에 포크와 나이프, 숟가락과 밥그릇, 커피 잔, 물 잔과 넙치(광어)와 뼈다귀를 그렸다. 화가는 이 그림을 완성한 후 “됐다. 오늘은 이것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하자”라고 했다고 한다. 경기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는 이 벽화가 영구 전시돼 있다.

장욱진미술관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난 장욱진은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과 동시대를 산 서양화가다. 나무·집·새 등 일상적 소재를 어린아이 눈으로 보듯 소탈하게 그렸다. 덕소와 수안보에서 10여 년간 혼자 살며 그림을 그렸다. 장욱진은 “나는 심플하다. 때문에 겸손보다는 교만이 좋고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 적어도 교만은 겸손보다 덜 위험하다. 소탈은 쓸데없는 예의나 격식이 없어서 좋다”고 했다.

장욱진의 ‘천막’(1973). 오른쪽은 김종영의 70년대 초반 석조 ‘작품 71-6’.

 장욱진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simple 2015 장욱진과 김종영’전을 연다. 경남 창원 출신 김종영(1915~82)은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다. 조각가이면서 깍지 않음, 즉’불각’(不刻)을 기치로 내세웠다. 김종영은 “나는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이나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든다는 것 따위의 생각은 갖고 싶지 않다. 기술과 작품의 형식은 예술을 위해서 사용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능한 단순한 것이 좋다.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라고 썼다. 자연스러움과 천연스러움이 두 사람 미학의 공통점이다. 함께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했던 인연도 있다.

 전시회에는 검박하고 소탈한 장욱진의 유화 27점과 김종영의 조각 17점이 선보인다. 작은 그림, 작은 조각들이다. 내촌목공소 이정섭의 가구가 함께 놓여 윤기를 더했다. 봉투를 접은 듯 소박한 흰 집 모양 미술관은 지난해 김수근건축상을 받았다. 변종필 관장은 “삶과 예술에서 간소함을 강조한 두 작가의 작품 세계가 미술관의 지향점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8월 16일까지. 성인 2000원, 어린이 500원. 031-8082-4241.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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