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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류 판매수익 1000만달러, 홍콩에 유령회사 차려 빼돌려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명품 의류를 수입해 국내 면세점을 통해 판매한 거액의 수익금을 홍콩 비밀계좌로 빼돌린 명품 수입업자가 구속됐다. 적발된 의류 수입상은 국내 차명계좌로 자금을 들여오면서 술집 마담을 포함해 평소 알고 지내던 156명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본부세관은 미화 1053만 달러(한화 126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K사 대표 정 모씨와 임원 김 모씨를 재산국외도피혐의로 구속한데 이어, 술집마담과 화물운송주선업자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세울세관은 “이번 사건을 주도한 정씨는 2007년 전 진로그룹 회장 장 모씨와 K사 지분 소유권을 놓고 차명재산 양도소송을 벌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구속된 정씨와 김씨는 홍콩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 3개를 설립한 뒤 2005년부터 5년간 미화 6100만 달러 상당의 이탈리아 유명 여성의류를 국내 면세점에 판매했다. 그러나 해당 수익금 1053만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홍콩 비밀계좌로 도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빼돌린 자금을 홍콩내 비밀계좌 12개를 이용해 세탁한 뒤, 홍콩ㆍ미국ㆍ스위스ㆍ버진아일랜드ㆍ몰타공화국의 비밀계좌에 498만달러를 예치한데 이어, 미화 433만달러를 술집마담ㆍ웨이터ㆍ대리기사 등 156명의 명의를 차용하거나 화물운송주선업자로부터 용역을 제공받는 것처럼 위장해 국내로 반입한 혐의다. 관세청이 불법외환거래 차단을 위해 올해 3월부터 전국 13개 세관에 ‘국부유출수사 전담팀’을 구성한 이래 재산도피혐의로 구속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세관은 추적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과 협력해 홍콩 법무부와의 국제사법공조까지 이루며 범행 전모를 밝혀냈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부유출 수사전담팀을 중심으로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지능적인 재산도피 및 자금세탁 사범에 대해 국제사법공조를 활용해 국부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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