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8월중 국내경기 동향은 전반적으로 안정되어있는 국면을 나타내고 있으나 국제수지를 비롯한 몇 부문에서는 우려할만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국내경기는 종합경기 지표 상으로 보아 석달째 계속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는 보기에 따라 안정적인 국면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활력을 보여온 상승적 경기무드가 더 이상 뻗어나지 못하고 정체된·현재의 상황을 단순히 안정세의 정성?으로만 보기 어려운 몇 가지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지난 상반기까지 경기회복의 주도부문이었던 수출에서 신장세가 현저히 처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의 연율10% 가까웠던 성장이 주로 수출수요의 증가와 이에 따른 활발한 생산, 출하 및 재고감소로 이루어졌고 이에 더하여 내수부문에서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과잉살포 된 유동성의 영향으로 일부과열을 우려할 만큼 활발한 수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수출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특히 8월에는 12·7%의 증가에 그쳐 7월까지의 평균증가율 24·7%에 비해 절반으로 낮아졌다. 수출신용장 내도액도 거의 정체됨으로써 하반기 수출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내수부문에서도 상반기중의 내수억제 시책에 따라 진정 기미를·보여 서울지역 도·산매 지수가 감소세로 반전되고 내수와 관련된 건설자재나 내구소비재의 출하감소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 같은 수출문화와 내수진정이 계속적인 총수요 억제시책과 함께 맞물러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정체되는 분위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수에 관한 한 정부가 경기과열을 우려한 나머지 정책적으로 진정책을 펴갔기 때문에 하반기 이후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겠으나 그것이 수출의 둔화와 동시에 나타남으로써 경기의 향배에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수개월간의 경기안정세가 또 다른 경기후퇴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처럼 경기의 주도부문인 수출이 정체된 데다 내수진정이 겹친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우려되는 것은 이 같은 내외수의 동시적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입은 계속 상반기의 높은 증가추세를 지속함으로써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수출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우 수출증가에 따른 수입증가의 패턴이 일반적이었으나 수입자유화 폭이 확대된 최근에 와서는 수출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계속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수출용 원자재나 중간재외에도 원유·석탄·사료·곡물 등 기초에너지와 내수용 원자재의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경직적 수입패턴이 굳어지고 있어 국제수지에 또 다른 문제점으로 부각되었다.
이로 인해 7월까지의 경상수지적자가 이미 13억 달러를 넘어 올해 계획 선을 지키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수출둔화가 지속되는 한 현재수준에서 억제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최대과제는 수출의 둔화를 타개하는 새로운 노력과 함께 수입억제 시책을 강화, 경상적자 폭을 줄이는 입이 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