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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원 자연캙인문계 비율조정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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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정원의 자연계와 인문계비율을 6대4로 조정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방침은 고급과학기술인력수요가 날로 늘어나는 고도 산업사회의 요구에 부응한 교육정책의 일대혁신으로 평가된다.
80년대 들어 기술집약적인 고도산업사회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고도기술을 토대로 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국제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지 않을 수 없게됐고 이는 대학수준이상의 과학기술인력양성 기능확충에 기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고급인력양성을 위한 문교부의 대학정원정책은 인문계 우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인문계 우위현상은 우리의 40년 대학교육사를 통해 계속돼 온 것으로 84학년도 입학인원만 해도 자연대 인문비는 43·3%대 56·7% 수준이었다. 실험실습시설 등 교육비가 많이 드는 자연계보다는 인문계에 정원을 늘려 대학진학의 문을 넓혀놓자는 안이한 정책을 그동안 지속해온 셈이다.
이 같은 정책은 결국 이들을 사회에 배출한 뒤에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인문계 졸업자의 취업률은 50%를 밑돌아 고급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가 됐고 진로가 불안한 학생들은 학원소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자연계 졸업자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고 인문계는 직장을 얻기가 힘드는 수급불균형상태를 빚고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인력수요를 외면해온 대학정원정책의 당연한 결과였다.
당장에 석사 및 박사수준의 과학두뇌가 올해만 해도 산업체 등에서 2만여 명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현 인원은 이보다 3천여 명이 부족하다. 특히 첨단과학기술산업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전자·반도체분야전공 대학졸업자수요는 당장 올해 8천명이 필요하나 공급능력은 4천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것도 해외유학·군입대나 교직 등 진출인력을 제외하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6차 5개년경제사회발전 계획기간인 91년까지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91년까지 정부의 「장기인력 수급전망과 대책」 에 따르면 대학 전임 강사급 이상의 「과학두뇌」 만 해도 7만7천9백명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현재의 대학생 자연대 인문구성비 4대6선으로는 공급 능력이 절반수준 (4만7천명정도) 에 불과한 심각한 상태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 쉽게 알 수 있다. 인구 1만명당 「과학두뇌」 는 미국의 경우 28명, 일본이 26명, 서독이 l6명인데 비해 우리는 6명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싱가포르나 자유중국이 대학생의 자연대 인문계 비율을 6대4로 정해 과학·기술인력양성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의 국제경정에서의 성패가 고급기술에 의해 결정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우리의 경우 기술분야 인력의 공급부족은 80년대에 들어 실로 심각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전기 분야만 해도 일본이 매년 6만명의 대학졸업생을 배출, 이를 주축으로 연간3백억달러이상의 무역혹자를 기록하고있으나 우리나라는 4천명정도를 배출,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삼성 등 관련대기업에서는 전공인력을 구할 수가 없어 인문계 출신을 뽑아 훈련을 시키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문교부가 이 같은 사회·국가적 수요를 대학교육체제에 과감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늦는 감이 없지 않지만 2000년대를 준비하는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정책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에 따른 시설 및 교수 등 교육여건조성을 서둘러 양적 확대에 따른 질적 저하를 막고, 오히려 교육의 질을 고도화해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얼마만큼 따르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문교부는 대학정원을 늘릴 때 자연계에 중점을 두고 인문계는 억제하는 한편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문계를 자연계로 개편해나가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문교부는 또 내년에 8천∼1만3천명의 모집정원(졸업정원)을 늘리면서 자연계 75%,인문계 25%로 해 연차적으로 6대4가 되게 하겠다는 추진계획을 마련하고있다.
문교부의 이 같은 추진계획은 그 의욕적 정책목표에 비해 크게 뒤지는 느낌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첨단과학기술분야를 비롯해 인력수요는 발등의 불인데도 입학인원을 당장 조정하더라도 그 효과는 적어도 5년 후나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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