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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천연가스 확보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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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빅토르 유셴코(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일 키예프에 있는 우크라이나 가스관운영회사 우크르트란스가즈 본부에서 러시아와의 가스분쟁 사태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키예프 로이터=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천연가스 승강이로 인해 유럽에 천연가스 확보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은 1일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량을 25% 줄였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하는 하루 물량에 해당한다. 따라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외에 다른 유럽 국가에는 가스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유럽 국가들은 1일 러시아로부터의 가스공급량이 평소의 최대 4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의 발표 이후 가스 수입의 3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나섰다. 우선 비축 천연가스를 방출하는 한편 가스를 다른 나라에서 추가로 수입하거나, 가스 대신 다른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원유와 더불어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에서 이번 사태가 터져 값이 더 뛰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조치 이후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서 공급받는 가스량이 18%나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폴란드도 14% 감소했다. 오스트리아 가스.석유회사인 OMV는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가스 비축분을 풀어 부족한 부분을 메울 것"이라고 밝혔다. 폴란드 가스회사 PGNiG는 "비축분을 방출하는 동시에 일부 기업에는 판매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의 석유도매회사 MOL은 "대형 가스 소비 업체들에 가스 대신 석유를 사용하는 방안을 찾아보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내 가스 수요의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은 러시아와 직접 접촉에 들어갔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외정책 보좌관이 사태 해결을 위해 크렘린 측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은 현재 75일분의 가스를 비축하고 있어 당장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가스 분쟁 격화=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에 공급되는 가스 일부를 무단으로 가로챘다고 2일 주장했다. 가스프롬은 "유럽으로 공급되는 가스 1억㎥가 1일 우크라이나에 의해 빼돌려졌다"고 말했다. 시가 2500만 달러(약 250억원)에 상당하는 양이다.

우크라이나 측은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이반 플라치코프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2일 "기온이 영하 3~5도로 떨어지면 우리는 현행 계약에 따라 러시아 가스를 통과시켜 주는 대가로 가스 중 일부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날씨가 추워지면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 가스를 우크라이나가 임의로 사용하겠다는 뜻이어서 양국 가스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 관계자는 2일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는 러시아 가스관을 이용할 수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공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산 가스 수입량보다 많은 전체 가스 수요의 40%가량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들여왔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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