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2006년을 생산성 개혁 원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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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지의 사실이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 자본, 그리고 기술의 3대 생산요소가 투입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는 이러한 생산요소 투입을 통해 매년 5% 정도의 성장을 장기간 지속하기에 매우 불리한 환경에 처해 있다. 우선 노동의 경우 '주5일 근무제' 및 고령화로 인해 노동의 양적 투입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비록 여성노동력의 활용이나 정년 연장 등으로 이러한 현상을 일부 보완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보완책은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가 될 뿐이다. 자본 투입 역시 점차 감소하는 저축률로 인해 크게 제고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노동과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은 최고 3% 정도에 그칠 것이며, 이나마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5% 이상의 성장을 하기 위해선 기술 진보에 의한 성장, 즉 생산성 증가에 의한 성장이 매년 2% 이상씩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한국경제의 성장 패턴으로 볼 때, 이러한 목표는 쉽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에 의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우선 한국의 경제주체들 중에서 가장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는 정부 및 공공부문에 생산성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규모의 민영화와 함께 정부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의 많은 부분을 민간에 이양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정책의 수립 역시 계층 간 형평과 지역 간 균형보다 효율과 성장에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둘째, 노동시장의 구조 역시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각종 노사분규에서 임금협상의 기준은 생산성이 돼야 하며, 현재의 연공서열식 급여 체계도 임금피크제와 같은 제도로 이행돼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이중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현재 한국경제는 세계적인 생산성을 갖추고 있는 일부 대기업이 있는 반면, 만성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농업이 존재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한국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생산성 향상의 노력은 경제분야뿐만 아니라 교육 등을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 확산돼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단기적으로 고통스러운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즉 일시적인 실업 증가 및 소득분배 악화가 나타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당분간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많은 연구기관이 장밋빛 경제전망치를 발표하는 시점에, 굳이 이와 같은 고언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기에는 이 같은 단기적인 고통을 감내하기 힘든 법이나, 어느 정도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한국 경제주체들의 의지만 있다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비용을 치를 여지가 있을 것이다. 모처럼 맞은 경기회복의 기운을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위해 올해가 사회 전 분야의 생산성 제고를 위한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약력=연세대 경영학과 졸, 미국 노스웨스턴대 박사,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 객원교수 역임.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