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은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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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LA올림픽의 감격과 환호로 들떠 있던 국민들도 이제 평정심을 되찾고 모두 생업에 열중하고 있다.
열기가 가시고 냉정을 되찾으면 우리에게는 생각할 일과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우리는 LA올림픽에서의 경험과 관찰을 토대로 2년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 게임과 4년 밖에 남지 않은 서울올림픽이란 세계적 행사의 주최국으로서 막중한 사업이 산적해 있다.
이번 LA올림픽에는 2백80여명의 선수단 이외에도 2백50여명의 삼판단· 연수단· 조사단이 파견됐다. 이들의 파견 목적은 우리가 주최할 행사의 사전 조사 및 체험을 철저히 하자는 데 있었다. 이들이 당초의 목적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돌아왔는지는 모르나 막대한 비용의 투자가 결코 헛되지 않을 줄 기대한다.
그러나 LA올림픽이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는데 참고는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엄청난 물량주의와 미국식 데먼스트레이션을 흉내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력의 격차를 무시한 과시 욕망에만 사로잡힌다면 국제적인 빈축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런 뜻에서 『LA올림픽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면서 우리는 우리의 올림픽을 향해 전진해야한다』는 노태우 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모든 주최국이 경쟁적으로 행사의 규모만을 늘려간다면 올림픽은 본래의 정신을 상실하고 강대국의 국력 경쟁장으로 전락할 우려조차 없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국력에 어울리는 규모,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행사의 규모와 내용이 검토돼야 할 줄 안다. 그리하여 서울올림픽이 시발이 되어 모든 제3세계가 올림픽 행사를 개최하는데 자신을 갖도록 신기원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량주의의 과시로 인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고 이에 따른 상업주의의 지나친 발호는 올림픽 이상을 해친다. 그러나 사상 최소의 예산을 들이고서도 오히려 흑자를 낸 LA의 경우는 행사 뒤에 빚더미 위에 오른 모스크바나 뮌헨의 경우보다는 우리에게 좋은 모범이 될 것이다.
우리 선수들에 대한 훈련도 과학화돼야한다. LA에서 우리가 메달권에 들어간 종목은 전체 23개중 6개 종목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리선수들의 기량이 특정 종목에만 편중돼 있음을 나타낸다. 그것도 예상을 뒤엎는 의외성이 판을 치고있었다면 그것은 훈련과 실력평가가. 주먹구구식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보다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고른 실력향상을 위해 훈련의 폭을 넓히고 방법을 과학화하여 기량의 훈련과 평가를 정확히 해야 할 것이다.
훌륭한 선수들의 발굴도 시급한 과제이다. 4년 후의 서울올림픽에 출전하려면 현역의 기성선수 보다는 새로 자라는 「꿈나무」 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그러나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방법은 자기 신체기능과 취향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어느 특정한 집단에 특정한 종목을 강요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올림픽기는 우리에게 넘겨지고 4년 후에는 서울 하늘에 성화가 불타오를 것이다. 이것이 단순한 스포츠행사가 아니고 범인류적인 문화축제이므로 주최국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온 국민의 지혜가 집결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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