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에게 다 뺏길까 … 마음 졸이는 호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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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메시

결국엔 다시 두 사람의 승부다. 리오넬 메시(28·FC바르셀로나), 그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

  두 거인의 경쟁은 올 시즌에도 계속된다. 이번엔 호날두가 좀 더 분발해야 할 처지다.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을 제패했다.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 치른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4-1로 승리해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001-02시즌 이후 12년 만에 거둔 통산 10번째 우승. 코파 델 레이(스페인 FA컵)와 UEFA 수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도 함께 가져왔다. 112년 구단 역사상 최초의 4관왕에 올랐다.

 영광의 중심에 호날두가 있었다. 결승전 쐐기골을 비롯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총 17골로 한 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다. 유럽 최고 선수에게 주어지는 FIFA-발롱도르를 2회 연속 수상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소속팀 레알이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할 위기다. 지난 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1-2로 진 게 뼈아팠다. 유벤투스의 끈적한 협력수비에 호날두가 꽁꽁 묶였다. 호날두는 전반 27분 헤딩골을 넣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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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날두, 통한의 페널티킥 실축=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0일 발렌시아와의 프리메라리가 홈 경기에서도 골대를 세 번이나 맞힌 끝에 2-2로 비겼다. 승점 86점에 그친 레알 마드리드는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90점)와의 격차가 4점으로 벌어졌다. 전반 종료 직전 호날두의 페널티킥 실축이 뼈아팠다. 레알 마드리드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도 바르셀로나가 한 번만 승리하면 우승컵을 내줘야 한다.

 오는 14일 새벽(한국시간)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은 레알 마드리드가 꿈꾸는 역전 드라마의 첫 단추다. 1차전을 졌지만 결승행 가능성은 열려 있다. 승점과 골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득점에 가중치를 두는 규정상 레알 마드리드는 홈에서 1-0으로 이기면 결승에 오른다. 2-1로 이기면 연장전을 벌여야 한다. 베테랑 안드레아 피를로(36)를 중심으로 강하게 압박하는 유벤투스 미드필드진을 어떻게 떨쳐낼 지가 관건이다.

 호날두는 평소와 다름 없는 자세로 마음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의 난민을 돕기 위해 500만 파운드(85억원)를 쾌척했다. 지난해 연봉과 수당, 광고 출연료 등으로 벌어들인 7900만달러(850억원) 중 10%를 지구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떼어냈다.

 호날두는 ‘축구로 번 돈을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환원한다’는 취지로 자선축구, 난치병 어린이 수술비 지원, 빈민구제활동 등 선행에 꾸준히 앞장서고 있다. 호날두는 2004년 쓰나미가 덮쳤던 인도네시아에 직접 날아가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포르투갈 대표팀 셔츠를 입은 어린이를 TV에서 보고는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향한 것이다. 소말리아·팔레스타인 어린이 돕기에도 적극 나섰고, 지금까지 기부한 액수가 100억원을 넘는다. 정기적으로 헌혈을 하기 위해 몸에 문신도 하지 않는 호날두를 추종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워가 약 3547만명에 달한다.

 ◆발롱도르 수상 경쟁도 안갯속=‘라이벌’ 메시와의 경쟁은 호날두의 승부근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호날두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42골로 득점 선두다. 메시(40골)에 두 골 차로 앞서 있다. 시즌 초반 부상 여파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메시가 특유의 몰아치기로 턱밑까지 쫓아왔다. 프리메라리가 20팀 중 11개 구단의 시즌 득점보다 많은 골을 혼자 기록한 호날두지만, 메시에게 역전을 허용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정규리그 득점왕과 챔피언스리그 2연패는 FIFA-발롱도르 3연패를 위한 발판이기도 하다.

메시를 앞세운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컵까지 3관왕에 도전 중인 것도 호날두의 투지를 일깨운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다음달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단판 승부로 벌어진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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