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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가짜 백수오 파문이 남긴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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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창규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김회룡
김회룡 기자 중앙일보 차장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김창규
경제부문 기자

여성의 갱년기 장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백수오 제품을 만드는 내츄럴엔도텍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코스닥시장의 ‘신데렐라’였다. 바이오기업의 간판 선수로 대접받았다. 지난해 말 9000억원이던 시가총액이 1조7500억원까지 뛰었다. 그사이 손 빠른 개인투자자는 내츄럴엔도텍 매매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이 회사 주가가 내린다 싶으면 샀고 많이 오른다 싶으면 팔았다.

 그런데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원료에서 가짜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회사 측은 소비자원의 검사 방법에 하자가 있다고 반박했으나 주가는 단번에 하한가로 추락했다. 내리 사흘 연속 하한가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자 지난달 28일부터 돌연 개인투자자의 행보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내츄럴엔도텍을 앞다퉈 던질 때 개인투자자는 ‘묻지마’ 사자에 나섰다.

 이날 하루에만 개인은 474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368억원, 9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거래된 주식은 1680만 주로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1400만 주(전체 주식 1900만 주에서 대주주 지분을 뺀 것)를 웃돌았다. 하루 만에 전체 주식이 최소한 한 번 이상 손이 바뀌었다는 얘기다. ‘가짜 백수오’ 사건이 불거지기 전만 해도 하루 거래량은 20만~50만 주 정도였다.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초단타매매, 머니게임이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이날은 내츄럴엔도텍 측이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재조사 발표를 이틀 앞두고 있었다. 결과에 따라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갈 민감한 시기였다. 이날 주식을 사들인 개인은 식약처 재조사 결과가 회사 측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온다는 쪽에 ‘다 걸기’를 한 셈이다.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급등할 때 이를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지자 불나방처럼 덤벼들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식약처 재조사 결과 역시 ‘가짜’로 판명됐고 이 회사의 주가는 끝 모르게 추락했다. 매일 600만 주의 하한가 잔량이 쌓여도 ‘사자’가 실종돼 하루 거래물량은 2만~3만 주에 그친다. 12일 주가는 ‘가짜 백수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보다 85% 폭락했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내츄럴엔도텍에 베팅했던 개인투자자 상당수는 ‘깡통’을 찼다.

 주가가 급등락할 때마다 개인투자자의 잔혹사가 되풀이되는 건 ‘한탕주의’ 욕심이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일확천금의 신기루를 좇는 한 주식 투자는 섶을 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 평범하지만 무자비한 교훈이다.

글=김창규 경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