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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여는 쿠바에 한국식 발전모델 수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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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재홍 KOTRA 사장이 일레아나 누녜스 차관과 양국의 무역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KOTRA]

KOTRA가 쿠바에 ‘한국식 발전 모델’을 전파한다. 최근 국제 외교무대에서 미국과 쿠바는 ‘국교 정상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쿠바의 개혁·개방도 급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해빙 바람을 타고 우리도 ‘신(新) 시장’ 쿠바에 적극 진출하려는 것이다.

 김재홍 KOTRA 사장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쿠바를 방문해 일레아나 누녜스 대외무역부 차관과 올란도 에르난데스 기옌 상공회의소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이들과 한국 정부의 ‘경제발전 경험 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을 전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쿠바·시리아·마케도니아·코소보 등 4개국)에 한국의 발전 모델을 수출하는 건 처음이다.

 김 사장은 “특히 이번 논의를 계기로 11~15일에 쿠바 대외무역부·상공회의소·무역투자진흥센터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해 수출 진흥 노하우와 외국인투자유치 정책 등의 연수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역진흥을 위한 KOTRA의 역할과 한국의 시기별 경제정책, 외국인투자자 고충관리 제도 등을 배우고, 기획재정부·산업연구원 등 관련 기관도 찾아 ‘알짜배기 조언’을 듣는다. 또 이들은 쿠바 정부가 수도 아바나 인근의 ‘마리엘 항’에 추진하는 현지 최초의 경제특구 모델을 위해 위해 인천경제자유구역도 시찰한다.

 김 사장은 “한국 드라마 붐이 일면서 쿠바인들이 우리 기업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며 “쿠바는 중남미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라고 말했다. 두 나라의 교역은 2005년 13만 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6800만 달러로 500배가 됐다. 한국은 주로 엔진·자동차부품 같은 공업용 제품을 수출했다. 쿠바는 한국에 럼주·시가·커피·수산물 수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쿠바의 특산물로 인기 있는 럼주·시가·커피는 지난해 100억원 가까운 물량이 한국에 수입됐다.

 KOTRA 관계자는 “쿠바가 2013년부터 서울 국제식품 산업대전에 국가관을 꾸려 참가하면서 교역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쿠바는 12~15일 열리는 2015년 국제식품전에도 참여해 우수한 자국 식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런 성과가 공짜로 나온 건 아니다. KOTRA는 갖은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한류 드라마’도 그 중 하나다. 미수교국 드라마를 방송하기 꺼리는 당국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2013년부터 우리 드라마가 전파를 타면서 쿠바인들이 한국의 문화·음식·기업에 주목했다.

 쿠바는 최근 ‘외국인 투자법’을 고치고 주택매매를 허용하는 등 폐쇄적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해외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 이 때문에 KOTRA는 올 초 ‘쿠바·러시아·이란·인도네시아·미얀마’를 5대 전략시장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 1월 새로 취임한 김재홍 KOTRA 사장(전 산업부 1차관)은 신흥시장 개척에 역점을 두기로 하고, 미국·쿠바의 수교에 발맞춘 수출 확대를 적극 모색해 왔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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