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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후의 홍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년째 끌어오던 중공과 영국사이의 홍콩반환 협상은 최근 「하우」영국외상의 배경방문을 계기로 기본문제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홍콩은 영국의 법적 점유기간이 끝나는 97년7월1일부터 중공에 귀속시키되 그로부터 50년간은 현재의 영국식 사회·경제·행정 체제 및 홍콩시민의 생활방식을 그대로유지하고 국방과 외교만을 북경정부가 관장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에 따라 중공은 귀속후의 홍콩을 「특별행정구역」으로 헌법에 규정하여 홍콩인들이 선출하고 중공이 임명한 관리가 통치케하고 현재의 홍콩 법률은 「대영제국」 이란 명칭을 뺀 다음 그대로 실시키로 했다.
홍콩은 또 스스로 외국과 경제·문화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고 독자적으로 출입국비자를 발급하며 자체의 사법제도도 가질 수 있게 된다.
홍콩은 재정차립과 함께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현재의 국제자유항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며 금융·무역·외환·주식의 국제시장적 기능을 계속 보유하고 통화도 그대로 사용된다.
중공은 현재 각국이 홍콩에서 누리고 있는 법적·경제적 이익도 계속보호 될 것임을 약속했다.
그동안 중공과 영국간에는 1백50여년간의 직민지배의 합법성 여부 등 일부 문제에 대한 의견차이로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영국은 홍콩지배는 국제법상 합법적이고 유효하며, 홍콩문제는 영국·중공·홍콩시민 3자가 다같이 수락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공은 아편전쟁을 계기로 체결된 홍콩의 조차·할양에 관한 3개의 조약(남경조약·북경조약·99개년조약) 은 불평등조약이며 무효이기 때문에 중공은 언제든지 홍콩전역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 금년 9월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중공의 독자적인 방식에 따라 홍콩문제를 처리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그럴 때마다 홍콩의 각종 시장은 마비됐고 시민들은 재산의 해외도피를 서둘렀었다.
그러나 이제 3자간에 대체로 수락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홍콩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게 됐다.
남은 문제는 지금의 중공 약속을 어떻게 법적으로 보장하느냐하는 문제다. 중공의 약속은 앞으로 70년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이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홍콩문제의 완벽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홍콩문제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그 해결방식의 의의에 있다.
우선 그것은 또 다른 중공의 미결문제인 포르투갈영 마카오문제와 통일문제에 직접 관련된다. 홍콩방식은 그대로 마카오귀속과 대만문제 처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상반·대립된 두 체제가 하나의 국가 안에서 어떻게 공존해 나가느냐하는 문제다. 지금까지는 두 체제가 국가 또는 진영단위로 나뉘어 대립·공존해 왔다.
이 문제는 앞으로의 동아시아 안정과도 유관할 뿐 아니라 분단국 국민인 우리에게 더욱 지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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