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올림픽 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모처럼 세계 시민이 한자리에 모여 환호하고 감동하며 「평화를 위한 경쟁」을 벌이는 올림픽 제전이 「천사의 도시」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팡파르를 울린다.
세계 1백40개국이 참가한 이번 23회 대회는 적어도 그 규모에 있어선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소련과 몇몇 그 블록 국가들이 불참, 『참가에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엔 홈집을 남겼지만, 올림픽 그 자체는 결코 손상되지 않았다.
올림픽 헌장은 『스포츠의 기본인 신체적 도덕적 자질의 발달을 도모하고 상호간의 이해와 지정의 정신으로 청소년을 교육하여 보다 더 훌륭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한다』고 올림픽의 의미를 규정하고 있다. 또 이러한 올림픽정신을 온 세계에 확산시켜 국제적인 지위를 조성할 것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올림픽은 지금도 지구의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서간의 대립과 긴장, 이민족간의 전쟁과 살육, 분파간의 반목과 분쟁 등 모든 비올림픽적 상황을 극복하며 인류의 이상인 힘찬 약진과 화합을 모색하는 양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올림픽 헌장의 이상에도 불구하고 불행하게도 근년의 올림픽은 그 정신에 많은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76년 몬트리올에 이어 80년 모스크바 대회가 세계불화를 그대로 반영했으며 이번 LA대회도 강대국 냉전의 회오리 속에서 13개국이 불참, 사상 최대의 참가국가를 기록하면서도 올림픽의 이상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다.
올림픽이 상호간의 이해와 우의의 정신으로 세계 평화를 모색하는데 뜻을 둔다면 국가간의 분쟁과 불화가 있을 수록 오히려 이에 참가해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와 실마리를 찾아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장지와 노력을 포기한다면 올림픽은 한낱 낭비적인 축제나 승부를 겨루는 시태에 그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LA대회에 2백85명의 선수단과 2백50여명의 참관·조사·연수단을 파견했다.
문자그대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도 훈련비를 합치면 58억여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으나 취기 서울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면모와 국력의 과시라는 명분론도 없지는 않다.
이제 우리는 이들이 있는 힘과 기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선전해 줄것만을 당부한다.
결과는 메달을 몇 개 따느냐 보다는 있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느냐를 따지는 것이 오히려 올림픽 정신에 부합된다.
온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이국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여기에 못지않게 깨끗한 경기매너, 타국선수·임원들과의 개인적인 교류, 공식·비공식 자리에서의 절도 있는 태도 등으로 다음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뿐 아니라 내나라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로 낙아야 할 것이다.
88년 24회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우리로서는 이번 LA대회의 진행과 운영을 좋은 본보기로 삼아야할 것이다.
특히 LA올림픽은 역사상 가장 적은 예산으로 흑자를 내도록 돼있다.
국력이 넉넉지 못하고 경험이 없는 우리로서는 이번 대회의 운영은 물론 공해, 교통, 경호, 보안, 방송중계 등 제반문제를 잘 살피고 연구하여 88년에 참고할 점이 많을 것이다.
폐막식날, 다음 올림픽 개최지 「SEOUL」을 알리는 전광판에 불이 켜질 때 한점 부끄러움 없이 환호하고, 김포공항에 개선할 때 떳떳하게 얼굴을 대할수 있도록 선전 분투하길 다시 한번 당부한다.
4천만 온국민과 함께 열띤 응원을 보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