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범인을 인도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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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회현동 암달러상 살해사건은 범인을 잡고도 아직 그 범행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누가 진범이며 그 동기가 뭐며 이들의 범죄조직은 어떻게 얽혀있는지 모른다.
그 범행에 가담한 범인의 한 사람이 홍콩으로 도주했고, 그 신병은 지금 홍콩수사당국에 구속되어 있는 상태다.
문제는 수사가 이원화해 있고, 그것이 국내와 외국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홍콩 수사당국이 과연「내일처럼」사건을 처리해줄지 우리로선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홍콩당국은 범인의 신병인도 보다는 재판관할권을 행사할 모양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외교차원의 협상을 예의 주시하면서 양국간의 선린우호 관계를 토대로 범인이 하루빨리 우리 경찰손에 넘겨지기를 촉구한다.
이번 사건의 성격으로 보아 정세권을 우리측에 넘겨주어야할 당위성이 너무도 뚜렷하다.
눈으로 보다시피 정은 정치범이나 사상범이 아닌 살인 흉악범이다.
정치범의 신법인도는 지금까지의 국제관례로 보아 무리한 요구라 하더라도 일반범죄, 특히 살인범은 사건의 완전해결을 의해서도 반드시 신병인도가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 이번 사건은 국제범죄 조직이 간여했던 흔적이 뚜렷하고 종범과 주범이 가려져 있지 않는 상태에 있다.
따라서 홍콩파 국내에 잔존한 범죄조직의 일망타진을 위해서도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국외로 도주하기 전에 하루빨리 보강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 사건이 단독범이 아니고 복수범이기 때문에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수사기술상 범인의 신병이 한자리에 확보되어야만 완전한 수사가 가능하다.
또 홍콩당국이 수사에는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어느 정도 수사자료는 입수할 수 있다 해도 재판과정에서 증언이나 증거품이 오가야 할 터인데 수사의 효율성이나 재판경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홍콩의 이번 조치는 자국민보호와 재판관할권의 고수를 이유로 취해진 듯 하다.
그러나 자국민 보호에도 한계가 있다. 밀수나 기타 일반범죄라면 몰라도 인명을 살상한 흉악범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그 배경이 밝혀져야 한다. 이것은 홍콩의 이익과도 부합된다.
현대 형벌의 의미는 고대의 「살인자는 참한다」는 응보·복수형의 의미보다 사회보호와 범법자의 감화·선도 등 공익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범인인도는 홍콩의 자국민보호라는 편협한 안목에서 볼 것이 아니라 홍콩사회의 안전과 지구촌의 인류보호라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다퉈야 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명국도를 보더라도 우리나라가 외국에 범인을 인도한 경우도 있고, 홍콩이 일본수사당국의 협조를 위해 범인을 인도해준 전례도 있다.
이 경우 모두 「국제예양」의 정신에 따라 취해졌다. 홍콩과는 범인인도협정은 맺어져 있지 않으나 수사공조협조는 지금까지 잘 이루어져왔고 긴밀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있다.
이번 사건이 사건자체의 당위성으로 보나 범항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범인을 인도해주는 선례를 남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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