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이제는] 30. '보험 리베이트'…가짜 선심 그만 쓰시죠(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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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상복합건물 입주자 대표모임은 올 초 화재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여러 손해보험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손해보험사는 다양한 리베이트(보험사가 보험료의 일부를 사례금 등의 형식으로 가입자에게 되돌려 주는 것)를 제시했다. 입주자 대표모임은 보험료가 저렴한 곳보다는 리베이트 액수가 가장 많은 보험사를 골랐다. 보험료 1000만원을 내고 리베이트로 150만원을 받았다.

지난 10월 소형 자동차 운전자 박모(35)씨는 기존에 가입해 있던 보험사 대신 온라인 보험사에 가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온라인 보험사의 보험료가 7%가량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의 영업소 직원은 "보험을 유지하면 그만큼(7%) 보험료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박씨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는 "만약 계약 변경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면 7%만큼 높은 보험료를 계속 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지금도 찜찜하다"고 말했다.

보험사의 리베이트 지급이나 보험료 할인 등 불법 영업이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시장 규모는 22조원이었으며 보험계약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금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리베이트나 보험료 할인은 겉으로는 보험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보험료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통 리베이트 등은 기준 없이 들쭉날쭉해 불공평 거래를 유발한다. 힘이 센 대형업체 등은 할인을 많이 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소형업체나 개인은 할인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는다. 따라서 대형업체 등에 제공된 리베이트 등은 보험사의 사업비(보험 모집인 수당과 계약 유지비, 보험료 수금비 등을 더한 것)로 처리돼 평균 보험료를 올리고 이는 고스란히 개인 등에게 전가된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리베이트 관련자 처벌 규정이 '금품 등을 제공한 자 또는 이를 요구해 수수한 자'로 돼 있다. 따라서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이 "요구하지 않고 대가성 없이 받았다"고 주장하면 처벌할 수 없다. 또한 리베이트 제공 시 과징금 부과대상이 보험사로 한정돼 있어 대리점.모집인은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현재 대리점.모집인의 판매비율이 80%를 넘어선다.

금융감독원 고발 대상이 5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경우로 과도하게 높게 돼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보험 관련 금품수수자에 대한 처벌을 제공자뿐 아니라 받은 사람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쳐야 불법.탈법적 영업 관행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펀드판매 관행 바꾸고 올빼미 공시 없애
경제, 자!이제는 … 현장에 놓은 '일침'효과

경제계의 불합리한 관행을 고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연재했던 '경제, 자! 이제는'시리즈를 30회로 마무리합니다. 이 시리즈는 금융.증권.유통시장과 정부정책 등 경제분야에서 관행이나 제도 미비 등을 이유로 지속돼 온 고질적 병폐들을 찾아내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정착시키는 데 작은 힘을 보태왔습니다.

금융감독원 등 당국도 이 시리즈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적극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25일 공시 항목을 232개에서 134개로 대폭 축소하는 거래소 공시규정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상장 유지 부담에 증시를 떠나는 기업들이 많다는 지적(10월 17일)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상품 관련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판매액에만 매달리는 은행의 '묻지마'식 상품 판매가 지적된 뒤 고객에 대한 고지 의무를 대폭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수탁액이 급증하는 적립식 펀드를 파는 금융사가 고객에게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습니다. '투자자 애태우는 증시 공시'(7월 8일)에서 지적된 것처럼 악재성 공시를 야간이나 주말에 슬그머니 내놓는 올빼미 공시는 이후 아예 폐지됐습니다.

시리즈는 끝났지만, 본지는 앞으로도 기사를 통해 경제 선진화의 걸림돌을 찾아내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제, 자! 이제는'시리즈는 중앙일보 인터넷 사이트(https://www.joongang.co.kr)에서 검색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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