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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치주의 흔드는 사면권 오·남용, 사법 심사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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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면권의 남발은 국민들이 형사법 체계를 믿지 않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물론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는 헌법(79조)에 보장된 예외적 통치행위다. 하지만 형사 사법 절차를 송두리째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견제론이 제기됐다. 사법부의 유죄 선고나 형 선고의 효과 또는 형집행을 면제시키는 것은 법치주의, 권력분립 원칙, 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서다. 특히 논란이 됐던 것은 특별사면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임 중 시혜적 차원의 특별사면을 수차례 했다. 김영삼 정부 때가 9차례로 가장 많았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각각 8차례, 이명박 정부 7차례이며, 현 정부는 지난해 1월 딱 한 차례 했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는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실시해 정치적 논란을 초래했다. 이에 정부는 사면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2년 사면법 조항을 개정했다. 하지만 성완종씨에 대한 두 차례 사면을 둘러싼 논란은 사면제도의 개선을 다시 요구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권이 대통령의 헌법상 고유 권한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행사되어선 안 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면권 행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 나오지만 이번 기회에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9대 국회 들어 특별사면 관련 개정안은 모두 11건이 발의됐다. 개정안들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 총수, 대통령 친·인척 및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 등을 사면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학계에서는 사면권의 오·남용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처럼 실형 선고자는 석방 뒤 5년이 경과해야 사면대상이 되는 의무적 최저형량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상을 법무부 장관 소속이 아닌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하고, 위원회 구성의 다양화와 회의록 즉시 공개 등 절차적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