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 대통령 “합의안 실망” 전했지만, 김무성은 밀어붙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2월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는데도 청와대에선 3일 공식 논평 한 줄 나오지 않았다. 대신 물밑에선 ‘월권론’이 불거져 나왔다. 새누리당이 야당에 합의해준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안(40%→ 50%)’이 월권이란 얘기였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익명을 원한 청와대 관계자는 3일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가 권한이 없는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에 합의한 것은 분명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기여율(9%,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 지급률(1.7%, 받는 돈을 결정하는 비율) 협상도 흡족하지 않은데 권한 없는 기구에서 국민연금까지 건드린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너무 합의에만 치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비판적 반응엔 박근혜 대통령의 불편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얘기가 정설이다.

 지난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제시했던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안에 대해 매우 실망스러워했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실망과 우려를 전달했지만 김 대표는 실무기구의 합의를 밀어붙였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여야 합의문이 발표되기 직전 국회를 찾아 김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에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 인상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과 문 장관이 이렇게 급히 나선 것은 박 대통령의 불편한 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그래서 중남미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일주일 가까이 병상에 있던 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여야 합의안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정리해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만약 박 대통령이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거나 여야 합의에 의구심을 표명할 경우 혼선이 불가피할 수 있다. 여야 합의사항인 데다 사회적 대타협의 산물이란 점 때문에 박 대통령이 어떤 수위로 비판 목소리를 내놓을지 미지수지만 4·29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순탄하는 듯했던 당·청 기류가 미묘해진 게 사실이다.

 당장 새누리당 친박계 일각에서도 ‘졸속 처리’라며 청와대와 같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려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많은 추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 측은 “청와대와 정부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선 ‘국민연금 인상’ 카드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3일 경남 김해 춘향대제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래 새누리당에서 시도하던 것과는 다르게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국민대타협기구와의 합의 정책이 중요하다”며 “다소 미완의 개혁이고 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는 있어도 국민대타협기구 합의가 잘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대 국회 들어 이뤄낸 가장 큰 쾌거”라고도 했다. 그는 “공적연금 강화 부분은 선언적 의미가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앞으로 특위나 국민대타협기구 같은 기구를 만들어 계속 조율해 나가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반발에 대해선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우려 하지 않았다.

신용호·현일훈 기자 nov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