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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배중 떵떵거리며 사업가, 2중인생 발각된 중국 부패간부 자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부패 혐의를 받고 해외로 도피한 중국 전 고위간부의 아들이 캐나다 벤쿠버에서 굴지의 사업체를 운영하며 화려한 2중 인생을 살다 발각돼 소환될 위기에 처했다. 만약 그가 소환되면 중국이 해외 부패 사범 추적에 나선 이래 체포에 성공한 최고위층 가족이 된다.

마이클 칭(46)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본명이 청무양(程慕陽)인 그는 부패 혐의로 낙마한 전 허베이(河北)성 당서기 청웨이가오(程?高)의 아들이다. 수배 상태에서 도피한 그는 홍콩 영주권자 신분으로 살아왔다. 장쑤(江蘇)성 출신인 그가 본래 성씨인 ‘청’의 광동어 발음인 '칭'을 캐나다에서 사용한 것도 그런 연유다.

그의 아버지 청웨이가오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지방 단원에서 출발해 허난성장, 허베이성장을 거쳐 1997년부터 허베이 당서기로 발탁됐다. 공산당 중앙위원을 세차례 연임한 고위간부였고 앞날도 촉망받던 상태였다. 중국 매체 신경보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당서기 재직중 아내와 아들에게 사업체를 차리게 한 뒤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막대한 이권을 몰아줬다. 하지만 그의 행각은 2000년 한 측근의 밀고에 의해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에 적발됐다. 가족들에게 이익을 빼돌림으로써 국가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는 게 기율위가 공개한 조사결과 요약이다. 중국 당ㆍ정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공식 자료에 따르면 그는 2003년 공산당 당적을 박탈당했고 2010년 숨졌다. 공산당 간부에게 당적박탈은 정치적 사형선고이자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첫 순서임을 감안하면 옥중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버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될 무렵 아들 무양은 홍콩 영주권을 이용해 캐나다로 달아났다. 2000년 3월 당시 수억위안(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모은 그는 미리 해외로 빼돌려 둔 재산을 이용해 부동산 개발업에 투신했다. 그는 최근까지 벤쿠버 굴지의 기업 여러 개를 운영하면서 떵떵거리며 살아왔다. 벤쿠버 공항 인근의 국제무역센터 등 여러 건의 대형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등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그 사이 캐나다 국적을 신청했으나 아직 취득하지 못한 상태다. 중국 당국의 수배는 아무런 의미없는 뒷북이었다. 최근까지 캐나다와 중국 사이에 아무런 사법공조체계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전력은 손쉽게 묻혀졌다.

사정이 바뀐 건 시진핑(習近平) 주석 체제 출범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에 나선 중국 당국이 해외도피 부패사범에 대한 추적, 이른바 ‘여우 사냥’을 국가적 중점 사업으로 강화하면서였다. 지난달 중국 당국은 최우선 체포대상자 수십 명의 명단과 사진을 발표하고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다. 이 사진이 흘러가 벤쿠버 현지 언론의 추적을 통해 마이클 칭의 정체가 드러났다.

20대-30대 초반 시절의 것으로 보이는 수배 당시의 사진과 40대 후반인 최근 사진을 비교하면 분위기는 바뀌었지만 얼굴 윤곽과 인상이 비슷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콧대 오른쪽에 있는 점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캐나다에서 운영하는 사업체에 자신의 본명을 따 무양실업유한공사(MYIE)란 이름을 붙인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증거가 됐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마이클 칭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어떤 부패사범도 하늘끝 바다끝(天涯海角)이라도 달려가 잡아들이는 게 중국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란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부패사범의 도피처로 애용되는 미국과 캐나다·호주 등 서방 주요국들과의 사법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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