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6월 기준금리 인상은 물건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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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물건너간 듯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29일에 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0~0.25%)을 의결했다. 예상 대로였다. 그러면서 경기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재닛 옐런 Fed의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겨울을 거치면서 경제성장이 일시적인 요인(기상 악화 등)으로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3월 회의 직후 낸 성명에선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완만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회의 직전 상무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속보치)은 예상(1.0%)보다 한참 낮은 0.2%(연율)에 그쳤다.

옐런은 미국 노동시장 진단도 다운그레이드했다. 3월엔 "탄탄한 흐름을 보인다”고 봤는데, 4월에는 "완만하다"고 낮춰 평가했다. 가계 소비에 대해서도 3월엔 "완만한 증가"라고 했으나 지난달엔 "감소"로 바꿨다.

그러면서 옐런은 “노동시장이 더 개선되고, 물가가 목표치인 2%를 향해 움직인다는 합리적인 확신이 든 뒤에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혔다. 사실상“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셈"(블룸버그 통신)이다.

애초 6월 인상설의 근거는 전임 의장인 벤 버냉키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와 가파른 실업률 하락이였다. 버냉키는 3차 양적 완화(QE)를 시작하면서 “2015년 중순께부터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6월 인상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글로벌 시장은 시나리오를 긴급 수정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미 국채 금리 선물과 옵션 가격으로 분석한 결과 Fed가 올 8~9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50%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전에 인상할 확률은 25% 이하로 나타났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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