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원유 관세 부활 … 정유사들 집단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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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정유·화학업체들이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물리는 관세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집단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키로 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에 공급되는 나프타 제조용 석유에 대한 관세 환급 비중을 대폭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조치가 시행되면 업계 전체로 환급 받지 못하는 세금이 해마다 14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우려한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가입한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화학협회·한국섬유산업연합회 등은 이런 요지의 건의문을 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에 내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건의문에서는 국산 나프타 원유에 대한 관세 환급이 정부안대로 줄어들 경우 ▶관세를 물지 않는 수입 나프타 대비 국산 나프타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산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산업과 플라스틱·섬유 등 전방산업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값싼 외국 나프타 수입이 늘어나는 데 대해 600억원 가량의 인프라 구축 비용도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국내 정유사가 나프타를 만들기 위해 원유를 수입하면 3%의 관세를 낸다. 반면 이미 제조가 끝난 나프타를 수입하면 관세를 물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 1996년부터 수입하는 ‘나프타 완제품’에 대해 할당관세(일정 수입물품에 기본세율보다 낮은 관세율을 매기는 것)를 적용해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대신 나프타를 만드는 정유사에게는 생산량 만큼 원유에 붙는 관세를 돌려줬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부터 국내 공급 물량에 대해서는 3%의 관세 중 1%만 환급하기로 하자 집단 반발에 나선 것이다. 수출 물량은 여전히 3% 환급해준다.

 이에 대해 황병하 기획재정부 산업관세과장은 “최근 원유 가격이 떨어져 관세 부담이 줄었다”며 “국내 정유사의 나프타 판매가격이 수입 나프타 값보다 낮아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유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원유가가 내렸다고 관세를 물리는 건 부당하다. 외국 업체는 무관세로 파는 나프타를 국내 업체만 세금을 붙여 팔아야 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나프타 수입 규모만 연 20조원에 이르는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설 땅이 좁아진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1분기 실적이 반등한 건 ‘반짝효과’로 보고 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나프타=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의 끓는 점에서 나오는 탄화수소의 혼합체. 합성수지·합성고무·합성섬유를 만드는 주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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