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성완종 리스트 반사이익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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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집한 여당 표가 분열한 야권을 눌렀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치러진 4·29 재·보선이었지만 막상 성완종 파문이 승패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선거전 초반만 해도 성완종 파문은 여권에 악재였다. 새누리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이전까지 여유 있게 앞서던 인천 서-강화을에서도 야당 후보에 뒤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완구 전 총리가 70일 만에 물러나는 등 ‘성완종 리스트’의 파장은 커 보였다.

 하지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받은 데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성완종 리스트 정국은 여야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은 국면으로 흘러갔다. ‘특사 의혹’은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그러는 사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비판 여론은 희석이 됐다. 특히 선거 전날인 지난 28일 성 전 회장의 특사를 문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발표는 흩어진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특사 논란 이후) 성완종 파문에 대해선 여야 모두 잘못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동국대 박명호(정치학) 교수는 “국민에겐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야당도 결과적으로 마찬가지 아니냐’는 인식이 생겼다”며 “새누리당 등 여권이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지만 야당에 결정적 한 방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친노 그룹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 호남 민심도 선거 결과를 갈랐다.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가 새정치민주연합 조영택 후보를 배 가까운 차이로 이긴 것은 물론, 서울 관악을에선 호남향우회가 새누리당 오신환 당선자를 돕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재·보선에선 ‘조직표’가 중요한데 야권으로선 분열이 뼈아팠다.

 새누리당의 ‘힘있는 여당’ 전략도 들어맞았다는 평가다. 새누리당 이종혁 여의도연구원 부소장은 “힘있는 여당의 지역일꾼론이 이번 선거 승리에 유효 적절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 ‘예산폭탄론’으로 불모지인 호남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의 ‘학습효과’를 다시 본 셈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36%로 잠정 집계돼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지난해 7·30 재·보선의 투표율(32.9%)보다 3.1%포인트 높았다. 지역별로는 야권이 분열된 광주 서을(41.1%)과 서울 관악을(36.9%)이 가장 높았다. 인천 서-강화을은 36.6%였고, 경기 성남 중원이 31.5%로 가장 낮았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묶인 인천 서-강화을은 강화군의 투표율이 50.4%로 서구의 29.3%에 비해 21.1%포인트 높았다. 유권자는 서구(11만870명)가 강화군(5만8572명)의 두 배에 가깝지만 실제 투표자는 서구(3만2461명)와 강화군(2만9531명)의 차이가 2930명에 그쳐 새누리당 안상수 당선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가영·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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