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폭동 볼티모어, 관중없이 MLB 경기 … 145년 역사상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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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볼티모어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 여파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까지 번졌다. 메이저리그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가 치러진다. MLB 사무국은 볼티모어시와 협의해 28일(한국시간)에 이어 29일 볼티모어 오리올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를 취소했다. 아울러 30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경기는 관중없이 비공개로 치르기로 했다. 볼티모어는 내달 2~4일 열릴 예정이었던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경기도 탬파베이의 연고지인 세인트피터스버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열기로 했다. 장소는 바뀌지만 볼티모어가 홈 팀이 된다.

 볼티모어는 도시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지난 12일 볼티모어 경찰이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25)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척추와 목 부위에 부상을 입힌 이후 그레이가 일주일만에 사망한 사건 때문이다. 그레이의 장례식에 참석한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했고, 상점과 현금인출기를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지르는 등 폭도로 돌변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볼티모어에 비상사태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역사가인 존 손에 따르면 무관중 경기가 열리는 것은 메이저리그 145년 역사상 처음이다. 2001년 9·11테러 당시에도 일정을 미루긴 했지만 관객 없이 경기가 열리진 않았다. 일본과 한국 역시 무관중 경기는 열린 적이 없다.

반면 경기장에서 난동을 부리는 훌리건들이 많은 유럽 축구에서는 폭력 사태나 인종차별 등이 일어났을 경우 징계의 일환으로 무관중 경기를 하곤 한다. 국내 프로축구에서는 2012년 대전 서포터스들이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인천 마스코트를 폭행한 사건을 막지 못한 인천 구단에 징계가 내려진 적이 있다. 인천은 같은해 6월 포항과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번 무관중 경기는 구단이나 경기장 문제가 아닌 안전을 위한 조치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팬과 선수, 심판, 경기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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