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실험 없이 줄기세포 단정할 수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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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는 몇 개? =황 교수는 맨 처음 6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올 1월 곰팡이에 오염돼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미즈메디병원에 나눠 보관했던 줄기세포 두 개(2, 3번)를 다시 가져왔으며, 이후 6개의 줄기세포를 새로 만들었다고 했다. 황 교수 주장에 따르면 논문 제출 시점까지 황 교수팀이 만든 줄기세포는 모두 12개로 이 중 살아 있던 것은 8개였다. 그런데 논문에는 11개가 살아 있다고 돼 있다. 그래서 적어도 논문에 나온 줄기세포 3개의 데이터는 허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논문 제출 후 3개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3개는 가공의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미국 피츠버그대에 파견돼 있는 김선종 연구원도 "3개는 서울대팀에서 만들었다고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3개의 존재는 불확실한 것이다.

논문 제출 이전에 만들었다는 8개의 존재도 불확실하다. 황 교수는 8개의 존재에 대해서는 "단 1%의 의구심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8개는 내가 직접 배양했다"며 "환자 맞춤형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이사장은 "김 연구원이 확신했다는 8개도 실제로 환자 맞춤형이었는지 알 수 없다"며 "기껏해야 미즈메디병원에 남아 있는 두 개(2, 3번)만 환자 맞춤형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배양 전문가이며 줄기세포가 만들어지는 복제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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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세포 바뀌었나=황 교수는 PD수첩팀으로부터 1차 DNA 검증 결과를 받은 다음날인 11월 18일에야 자체 검증을 통해 갖고 있던 줄기세포가 사이언스 논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11월 말 내부조사를 한 결과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수립된 첫 단계, 즉 제1 계대에서 미즈메디병원 것으로 뒤바뀐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한 교수는 "줄기세포주(株)로 인정을 받으려면 적어도 40회 이상의 계대배양이 이뤄져 계속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는데, 겨우 한 번 계대배양을 한 것을 줄기세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배반포기 수준에 불과한 상태였다는 의미다. 특히 줄기세포가 진짜인지 검증하려면 쥐에 줄기세포를 주사해 테라토마가 만들어지는지도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도 않고 줄기세포라고 하는 것부터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초기에 바뀌었다면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DNA 지문이나 면역성 검사를 해 환자의 체세포와 비교해 바뀐 사실을 알았어야 한다.

바뀐 것이 사실이라면 누가 왜 했느냐도 의문이다. 황 교수는 "서울대와 미즈메디병원 실험실 양쪽에 접근이 허용된 경우에 가능한 일로 추정된다"며 김 연구원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내가 그럴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그렇게 본다면 서울대 연구원 3명도 미즈메디병원에 6개월간 배양 교육을 받으러 파견됐었다"고 반박했다.

◆ 2004년 논문은 문제 없나=사이언스는 황 교수팀의 2004년도 논문에 대해서도 조사할 뜻을 비췄다. 2004년 논문은 체세포 복제 방법을 통해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 ACT사의 대표 마이크 웨스트 박사는 "2004년 논문의 DNA 지문분석 결과에 나타난 몇몇 피크가 특이하게 기울어 있다"면서 "이런 불규칙성은 인위적으로 이미지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16일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당시 배양에 성공한 줄기세포를 갖고 있다"며 "당국의 협조가 있으면 DNA 지문분석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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