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복통 시달린 박 대통령 … '이완구 사표'만 먼저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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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셰러턴호텔에서 열린 ‘패션 & 패션(Fashion & Passion)’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샤이니, 에프엑스 등의 K팝 공연과 한·브라질 패션쇼로 구성된 이날 행사는 한류 문화 확산을 위해 아리랑TV가 주최했다. [상파울루=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9박12일간의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27일 새벽 귀국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귀국 보따리에 담은 성과는 꽤 두툼하다. 이번 순방에서 76개 중소기업들이 4개국 바이어들과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해 총 6억4600만 달러(약 6970억원)의 수출 계약을 추진하는 성과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귀국하는 박 대통령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에 미뤄둔 숙제들 때문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뿌려놓은 리스트 파문은 출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진행형이다. 두 번째 방문국인 페루에 머물 당시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총리의 후임도 결정해야 한다. 순방 중 국내 상황과 관련해 약속한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어떻게 구체화할 건지도 밝혀야 한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박 대통령은 맨 먼저 이 총리의 사표 수리 절차부터 밟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정리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당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으나 사태를 마무리 지은 뒤 교체하겠다고 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사표 수리를 빼곤 박 대통령의 귀국 후 액션 플랜은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게 없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7~29일 사흘간 공식 일정을 잡아놓지 않고 비워놓았다. 28일 화요일 열리는 국무회의를 박 대통령이 주재할지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선 박 대통령의 건강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중남미 순방 중에 박 대통령은 고열과 복통으로 고생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동포간담회에선 기침을 하며 “수행원들이 고산병에 다들 고생하는데 나는 고산병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목으로 온 모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수행한 주치의로부터 주사와 링거를 맞아가며 나머지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청와대 인사는 “출국 전 12~14일 세계 물포럼대회차 방한한 국가 정상들과 연쇄회담을 한 데다 16일 빗속의 팽목항 방문, 뒤이은 20시간의 비행 등으로 감기몸살이 겹친 것 같다”며 “귀국 후 무리하지 말고 하루 이틀만이라도 쉬는 게 좋다고 의사가 권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의 고위 관계자는 “마음의 불편이 몸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일련의 사태 때문에 겪는 마음의 고뇌가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히 후임 총리 인선 등은 속도를 내기보다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구상도 영향을 받는 데다 4·29 재·보선 결과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서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여섯 번째 총리 후보자 지명인 만큼 만일 후보자가 또다시 낙마라도 하면 국정 동력에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새누리당에선 29일 재·보선 결과에 따라 총리 인선 방향이 화합형 또는 개혁형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문제는 성완종 파문의 정리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도 ‘성완종 파문’엔 정면 대응할 것이라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인사들이 전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총리 사표를 수리하면서 검찰의 엄정한 수사와 정치개혁의 시급성 등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특검 불가피론이 나오는 건 그 때문이다. 성완종 파문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국정 현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달 회동에서 4월 임시국회 중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를 약속했다”며 “대통령은 그 약속이 지켜지리라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파울루(브라질)=신용호 기자, 이가영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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