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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이다] 꿈 없던 대학생들 '개(開)꿈' 콘서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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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희대 구효정(21·여·자율전공학부)·정성원(21·언론정보학부)씨는 2013년 10월 학부 교양 강좌인 ‘시민교육’ 수업을 함께 들었다. 이들에게 주어진 수업 과제는 팀을 이뤄 시민으로서 의미 있는 사회적 활동을 실천하는 것. 무엇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토론했다. 팀원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구씨는 “입시만이 유일한 목표였다. 입시를 통과해 대학생이 되니 정작 나만의 꿈이 없었다. 다들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래서 택한 게 ‘청춘의 꿈 찾기’란 과제였다.

이들은 다른 4명의 친구들과 함께 그해 12월 학교 강당을 빌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개(開)꿈’ 콘서트를 열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어른 대신 비슷한 환경에서 같은 고민을 하는 청소년을 강사로 내세웠다. ‘잘난’ 인물보다는 또래와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을 섭외하고 가르쳐 ‘또래연사’로 키웠다. 재미있는 UCC를 제작해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름을 알린 백승헌(18·서울 숭문고3)군과 콘서트 관객으로 왔다 연사가 된 김조은(18·경기 송탄제일고3)양 등이 대표적이다.

 또래연사는 일방적으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유명 연사들의 강의와는 달랐다. 청중이 메모지에 고민을 적어내면 사연을 함께 읽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차분히 얘길 나눴다. 정씨는 “세련된 강의은 아니지만 또래의 고민과 심경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진심어린 소통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담넘어’라는 사회적기업을 세우고 30여 명의 또래연사를 양성했다. 10여 차례의 콘서트를 진행하며 2000여 명의 청소년들과 소통했다.

 “‘힐링’이란 말 많이 하죠. 자꾸 듣고 있으면 오히려 힘이 빠져요. 가만 앉아서 누가 치유해주길 바라지 말고 우리가 직접 고민하고 참여해서 해결해야죠.” ‘개(開)꿈’ 콘서트가 청소년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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