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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진실은…] 황 교수 "줄기세포 바뀐 것 수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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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진실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16일 한 시민이 버스에 붙은 '황우석 광고'를 보고 있다. 변선구 기자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16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말은 첨예하게 대립된다. 엇갈린 주장은 두 사람이 10~15일 뒤 줄기세포에 대한 DNA 검증을 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곰팡이균에 오염돼 죽은 줄기세포=황 교수는 초기에 줄기세포를 6개 만들었으나 올 1월 9일 곰팡이균에 오염돼 모두 죽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당국에 보고했다고 한다. 6개의 줄기세포가 죽자 황 교수는 미즈메디병원에 분양했던 줄기세포 2, 3번을 반환받았다는 것이다. 이어 6개의 줄기세포를 추가로 만들어 처음 죽은 것과 미즈메디병원으로부터 반환받은 2개 등의 자료와 합해 올 5월 발표한 논문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노 이사장의 말은 다르다. 그는 지난해 말 황 교수에게서 줄기세포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또 2, 3번 줄기세포를 반환한 게 아니라 김선종 연구원이 자신에게 알리지 않은 채 가져갔다고 말했다. 2, 3번 줄기세포를 각각 50개 앰풀로 쪼개 보관했는데, 이 중 49개를 서울대로 가져가고 1개만 남겨뒀다고 했다. 노 이사장은 특히 곰팡이균에 의해 줄기세포가 모두 죽은 뒤 3월 사이언스에 논문이 접수될 때까지 2~3개월에 불과한 기간 중 6개의 줄기세포를 새로 만들어 각종 테스트를 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사이언스 논문에는 곰팡이균에 오염돼 죽은 줄기세포들도 연구 성과로 포함돼 있다. 이는 과학자의 윤리에 어긋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황 교수가 사이언스 논문의 철회를 요청한 데는 이 부분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냉동보관 중인 줄기세포로 검증 가능=황 교수는 현재 5개의 줄기세포를 냉동보관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녹여 10여 일 뒤면 검증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노 이사장은 2, 3번 줄기세포 앰풀을 하나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만들어 분양해 준 줄기세포다. 황 교수의 2, 3번 줄기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진 줄기세포인지, 아니면 원래 미즈메디병원 것이었는지 이를 검증하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뒤면 검증할 수 있다는 게 노 이사장의 주장이다. 노 이사장은 "2, 3번 줄기세포 앰풀이 하나씩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황 교수 측은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황 교수는 지난달 자체 검증에서 2, 3번 줄기세포가 미즈메디병원의 냉동 배아 줄기세포로 밝혀져 당황했다고 말했다. 누군가 바꿔치기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조작된 것을 가져왔다=노 이사장은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증거로 김 연구원의 증언을 공개했다. 줄기세포 DNA 지문을 검사하기 위해 황 교수팀은 2, 3번 줄기세포의 경우 줄기세포와 체세포를 따로 김 연구원에게 전달했으나 4~11번까지는 똑같은 체세포가 두 개씩 나눠진 것을 받았다는 것이다. 즉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DNA 지문이 같은 것으로 꾸미기 위해 체세포를 두 개로 나눈 것이라고 노 이사장은 해석했다. 같은 체세포를 두 개로 나눈 뒤 DNA 지문을 검사하면 당연히 동일한 결과가 나온다. 특히 체세포를 두 개로 나눈 것은 김 연구원이 아니고, 황 교수팀에서 나눠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줄기세포 11개 중 9개는 최소한 가짜라는 의미다.

◆논문 작성 누가 했나=노 이사장은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가 김 연구원과 황 교수 측으로부터 자료.사진을 받아 전적으로 작성했다고 김 연구원이 실토했다고 주장했다. 섀튼 교수가 논문 작성을 전적으로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황 교수는 섀튼 교수의 자문을 거쳐 서울대에서 논문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섀튼은 최근 문제가 발생하자 논문 작성에 약간의 역할밖에 하지 않았다며 공저자에서 빼줄 것을 사이언스에 요청했었다.

◆"연구 성과 인정받으려면 10개 넘어야=노 이사장은 "연구 성과를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가 10개 이상 돼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숫자를 과장해 굳이 11개로 한 이유를 이렇게 본 것이다. 연구 성과를 입증하기 위해 무리하게 가공의 데이터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2004년 논문 당장 입증할 수 있다"=2004년 논문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자 황 교수는 당시 논문의 줄기세포를 갖고 있으므로 당장 DNA 검사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난자 제공자의 인적 사항을 갖고 있으므로 정부가 협조해 주면 제공자의 체세포와 황 교수팀이 갖고 있는 줄기세포의 DNA를 비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별취재팀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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