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플랫폼 사업자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이동통신 1위 기업인 SK텔레콤이 대변신에 나섰다. 통신업을 뛰어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하겠다고 선언했다.

 장동현(52·사진) SK텔레콤 대표이사는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세대 플랫폼 중심의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장 사장은 “기존 통신산업의 제한적인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대신 “일상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려는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이란 소비자와 생산자가 자연스럽게 모여들고 거래가 일어나는 일종의 생태계·장터다. ICT 산업에선 구글·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막강한 플랫폼을 무기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추진하는 플랫폼은 ▶생활가치 ▶통합 미디어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등 크게 세 가지다. 생활가치 플랫폼에선 인기콘텐트·커뮤니티·커머스를 연계하는 게 핵심이다. 가령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위한 펫(pet)플랫폼에선 전용 앱과 동물용 웨어러블기기·CCTV 뿐만 아니라, 전용 SNS·커뮤니티와 관련용품 쇼핑·동물병원을 이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식이다.

 통합미디어 플랫폼은 SK플래닛·SKB·SKT에 흩어져 있는 미디어서비스를 통합한다. SK텔레콤측은 현재 600만 명 수준인 이들 미디어 이용자를 새 플랫폼을 통해 2018년까지 150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oT 서비스 플랫폼에선 다음달 출시될 제습기·도어락·보일러 등 다양한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스마트홈 서비스 등이 공개된다.

 고민은 현재 통신산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에서 시작됐다. 장 사장은 “요금·단말기·보조금 중심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나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지는’ 통신만으로는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10년 이상 시장 이통시장 50% 가량을 차지하는 1위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매출은 정체됐고, 2002년 31%가 넘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엔 10.6%로 떨어졌다.

 장 사장은 돌파구를 ‘플랫폼’에서 찾았다. 지난해까지 SKT 자회사인 SK플래닛에서 e커머스 플랫폼 사업을 지휘했던 그는 플랫폼 중심으로 SKT의 밑그림을 다시 짰다. SKT의 플랫폼에 대해 그는 “거의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소비자 니즈(요구)를 찾아내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제공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양한 제휴는 물론, 필요하면 인수합병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사장은 플랫폼의 개방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회를 혼자 독점하겠단 사고방식도 버리겠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이나 SK플래닛·SK브로드밴드(SKB) 등 자·손회사가 만든 서비스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장 사장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와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이미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플랫폼으로 기업의 잠재력을 키우면 SK텔레콤 기업군(SK하이닉스 등 자회사 포함)의 기업가치도 현재 58조원에서 3년 내에 100조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오는 6월 말까지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SK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뒤 시중에 나오는 SKT 주식(지분률 2.7%)을 2년 내에 전량 매입하기로 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