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텔레마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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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 전업주부였던 김계영(47)씨는 2년9개월째 생활정보지인 '벼룩시장' 텔레마케터(TM)로 일하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40대 후반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젊고 맑다. 김씨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게 아니라 고객을 찾아 전화를 거는 아웃 바운드 TM이다. 오전 9시쯤 출근해 오후 5시30분까지 매일 100통 이상의 전화를 건다. 다른 생활정보신문에 광고를 한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벼룩시장에 광고를 하라고 권유하는 게 그의 일이다. 인터넷 포털에 '벼룩시장에 광고하려면 저에게 연락하십시오'라는 내용의 광고까지 올릴 정도로 일에 적극적이다. 고객이 "바쁘다"며 전화를 끊으려 하면 "알겠습니다. 문자 메시지를 넣어드리겠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런 고객 중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토요일은 격주 휴무지만 그를 찾는 고정 고객을 위해 토요일도 반나절은 일한다. 기본급은 10만원이고 나머지는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로 받는다. 보통 월 200만원 이상, 많을 때는 250만원까지 받아간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 월급은 주위 동료에 비해 많은 편이다. 보통 130만~140만원 정도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김씨는 "전화로 하는 일이라면 자신 있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벼룩시장 콜센터에서 6년째 일하는 조선희(33)씨는 원래 경리 일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을 한 뒤 TM으로 변신했다. 벼룩시장에 줄 광고를 하거나 인터넷 광고를 하려고 전화를 거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게 그의 일이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인 바운드 TM인 셈이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은 당직을 설 때만 나간다. 콜센터 직원 60명 모두 여성이며 평균 나이는 37세다. 조씨는 "교대 근무를 하는 홈쇼핑이나 114 TM과 달리 낮시간에만 일하기 때문에 주부들이 일하기에 적당하다"고 했다. 영업능력이 뛰어난 A급 아웃 바운드 TM에 비해 급여는 적지만 대신 실적을 고민하는 일 없이 매달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것이 인 바운드 TM의 장점이다. 근무연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월 110만~16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콜센터 TM은 기존 고객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서비스업이다. 아웃 바운드 TM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고객과 통화한다.

TM은 가정주부 등 재취업 희망자들이 많이 진출하는 분야 중에 하나다. 크게 인 바운드(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 상담)와 아웃 바운드(내부에서 외부의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로 나뉜다.

인바운드 TM은 통상적인 콜센터 업무를 떠올리면 된다. 콜센터 시장은 매년 20%대의 성장을 하고 있고, 직원을 구하는 업체도 많다. 114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콜센터 한국인포데이타를 비롯, 온라인 관련 콜센터 업무대행을 하고 있는 엠피씨, 금융 관련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텔레서비스 등이 있다. 한국인포데이타 콜센터의 인 바운드 TM은 보통 연봉 1500만~180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아웃 바운드 TM은 일종의 영업직이다. 미지의 잠재고객에게 무작정 전화를 하기 때문에 고객 반응은 대부분 차가울 수밖에 없다.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는 노하우와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업종이나 실적에 따라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곳은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파는지(정상적인 제품인지), 그리고 얼마나 팔아야 그 정도의 고액을 벌 수 있는지 상식선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채용포털 파인드잡 김윤정 팀장은 "TM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에 관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하다"며 "전화 대화를 좋아하는 성격, 장시간 한 곳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인내력, 남의 말을 잘 듣는 기술, 친근감 있는 목소리 등의 소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관리공단.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의 비영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TM 관련 무료교육을 한다. 콜센터가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TM은 보험.정보통신 등 업종별로 전문화하는 추세다. 보험이나 금융계는 관련 전문 자격증 소지자를, 정보통신업계는 정보검색.워드프로세서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전문 텔레마케팅학과가 개설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TM도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서경호.김필규 기자

<텔레마케터 성공 요령>
①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가져라
② 판매하는 제품의 1차 고객은 '나'라고 생각하라
③ 설명은 짧으면서도 핵심을 단번에 전달해야 한다
④ 고객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하라
⑤ 동종 제품과의 비교 우위를 강조해 관심을 유도하라
⑥ 딱딱하고 사무적인 느낌은 실패의 첫걸음이다. 부드러운 유머와 위트를 활용하라
⑦ 철저한 분석으로 고객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파악하라

<자료:파인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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