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분양 대박의 뒤끝은 공급 과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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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요즘 주택업계는 대박을 맞고 있다. 집이 잘 팔려서다. 분양현장의 절반 정도는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난다. 나머지도 2~3순위에서 거의 마무리된다. 일부지역은 미분양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것도 공사 초기에 다 팔린다.

 금융결제원이 집계한 민간 아파트 분양 현황을 보면 1월 23건이 분양됐고 이중 11건이 1순위에서 청약이 완료됐다. 2월에는 분양건수가 12건으로 많이 줄고 1순위 마감 건수도 3 현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3월들어 상황이 확 달라졌다. 분양 현장은 무려 44 곳으로 늘었고 이중 1순위 마감현장은 22곳이 됐다. 4월의 분양열기는 더 뜨겁다. 22일 현재 금융결제원에 신고한 사업장은 63건이고 앞으로 신청 예정분까지 치면 70건이 넘을 것 같다. 청약이 완료된 47건 가운데 1순위 마감 현장은 19곳이다.

 분양 물량 또한 증가추세다. 2월 8000여가구에서 3월 2만7000가구로 늘었고 4월에는 7만가구가 넘는다. 그래도 청약 경쟁은 치열하다.

연초 분위기가 좀 가라앉았던 화성 동탄2 신도시의 경우 3월 분양분 반도유보라 5차는 294가구에 2만1900여 명이 몰려 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59.9㎡형의 경쟁률은 무려 127대1이나 됐다. 역시 미분양이 많았던 청라 파크자이와 파크 더 테라스도 1순위에서 10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방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광주광역시 이안광주첨단아파트의 84㎡ A형은 1순위 경쟁이 158대1을 넘었다. 이 아파트 평균 경쟁률은 63대1로 기록적이다.  

 분양이 잘되자 업체들은 분양가를 올리기 시작했다. 주요지역 분양가는 지난해 대비 10~20% 정도 인상됐다. 분양가가 오르면 수요자들은 더 안달이 난다. 서둘러 분양을 받아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청약시장은 더욱 붐비게 된다.

 문제는 공급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꺼번에 많은 아파트가 완공되면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의 증세는 그때서야 나타난다. 2013년과 지난해 착공 분은 내년부터 완공되기시작한다. 지난해 착공된 아파트는 34만4000가구로 전년보다 약 7만가구가 많다. 올해 예정분은 36만 가구 이상될 것 같다.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은 13년 44만 가구, 지난해 51만5000가구다.

 지금은 호황 분위기에 휩쓸려 공급과잉의 후유증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값은 마냥 오를 것 같은 생각만 든다.

 그러나 요즘 돌아가는 판세는 정상이 아니다. 공급이 넘쳐나는데도 분양가는 인상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공급측면은 이미 과잉 국면이다. 이 마당에 미국의 금리 인상설까지 나돌고 있어 주택시장의 예후가 걱정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제 연착륙을 준비해야 할 시기다. 나중에 급브레이크 밟지 말고 지금부터 시장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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