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50가구 넘는 아파트 제외" 울산 OK생활민원기동대 취약계층에 서비스 집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2011년부터 운영된 울산시 남구 ‘OK 생활민원기동대’ 서비스 장면. [사진 울산 남구청]

지난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청 ‘OK 생활민원기동대’에서는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한 신고자는 “애가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는데 물이 안 내려간다.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니 당장 와서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걸려온 전화는 “지난 겨울 창문에 붙인 단열 뽁뽁이를 떼야 하니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하루 생활기동대에 들어온 민원은 60여 건. 출동대원 김기철(61)씨는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의 사소한 일까지 해결해주다 보니 정작 도움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과 경로당 같은 데는 뒤로 미뤄지는 경우도 잦다”고 하소연했다.

 2011년 1월 주민생활 불편과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며 운영된 울산시 남구 OK 생활민원기동대(이하 기동대). 남구 주민이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형광등 교체, 문고리 달기, 못 박기, 배관 뚫기 등 작은 생활 민원에서부터 도로시설물 보수와 상·하수도 정비 같은 공공민원 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이를 위해 기동대는 차량과 드릴, 용접기, 전기 검사기기, 절연 저항계, 기계 톱 등 갖가지 장비를 갖췄다.

 서비스는 생활보호대상자의 경우 전액 무료고 일반 주민은 재료만 준비하면 된다. 민간업체를 이용할 때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 때문에 2011년 4000여 건이던 민원처리 건수는 3년 만인 지난해 2만2779건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이 제도는 ‘2014 정부 평가’에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경기도 성남시, 전남 광양시, 충북 제천시 등 전국 3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을 할 정도였다. 기초자치단체의 대표적 민원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시행 3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해결 대상이 아닌 민원까지 빗발치는 사례가 잦아서다. 권원순 기동대 담당은 “원룸 소유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건물 보수까지 요구하는 등 취약계층 서비스 확대와 영세업자 보호라는 애초 목적에 맞지 않은 민원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면 신고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는데 기동대를 연결해 주더라’고 말한다”며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처리할 것까지 기동대에 떠넘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결국 남구는 다음달 1일부터 150가구 이상 아파트에 대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도 민원을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민원 내용에 따라 출동 여부도 결정하기로 했다. ‘조건 없는 행정 서비스’에 제한을 두기로 한 것이다.

 기동대 측은 “전체 민원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아파트 민원을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면 올해는 지난해 2억원보다 40% 줄어든 1억1200만원(인건비 5억원 제외)으로도 효율적인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에 맞게 지난해까지 11개 반 23명에 이르던 기동대 인원도 올 들어 7개 반 13명으로 절반가량 줄였다. 권 담당은 “민선 시장시대 이후 무조건 행정에서 다해줘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며 “이를 바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