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신문이 퓰리처상 받아…영광의 저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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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저예산 작품의 성과가 빛나는 곳이 어디 영화뿐일까. 기자 80여명, 발행부수 8만5000 부에 불과한 미국의 소규모 지방신문이 미국 언론의 최고상인 퓰리처상을 받았다. 1925년 설립 이래 첫 수상이다.

20일(현지시간) 올해 퓰리처상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지역 신문 ‘더 포스트 앤 쿠리어(The Post and Courier)' 얘기다.

수상작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가정폭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헤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 보도의 출발점은 남성에 의해 살해되는 여성 비율이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미국에서 가장 높다는 통계치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매년 발표됐지만 주목받지 못하고 넘어간 수치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기자들은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후 신문은 8개월을 매달렸고, 가정 폭력을 방관하고 조장하는 이유와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선 제기된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한 입법이 한창이다. 미치 퍼그 편집국장은 “이번 보도가 사우스 캐롤라이나 여성들의 삶을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경제 뉴스 전문 미디어인 블룸버그 통신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퓰리처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기업들의 세금 회피 실태에 대한 적나라한 보도가 상을 받았다.

이밖에 전통의 일간지들이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관련 보도(2개 부문)와 로비스트들의 영향력을 고발한 탐사기사로 모두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개 부문,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1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올해 수상자 가운데 디지털 미디어는 블룸버그가 유일했다.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해마다 미국 사회를 뒤흔든 이슈들을 망라한다. 올해 속보 보도 부문은 지난해 3월 43명의 목숨을 앗아간 시애틀 지역의 대규모 산사태를 신속하게 보도한 시애틀 타임스가, 속보 사진 부문은 백인 경찰관에 의한 비무장 흑인 총격사건이 발생한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절망과 분노를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아낸 ‘세인트 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가 각각 수상했다.

1917년 설립된 퓰리처상은 해마다 21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뽑는다. 공공서비스 부문 수상자는 금으로 된 메달을, 다른 부문 수상자들은 각각 1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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