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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이완구 결단 평가한다" … 새정치련 "압박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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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오른쪽)와 성남 중원 재·보선에 출마한 신상진 후보가 20일 성남시 중앙동 노인복지회관과 성남동 상가에서 유세를 벌였다. [신인섭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새정치민주연합에선 ‘해임 건의안 제출’을 포함한 야당의 압박이 통한 결과라는 자평이 나왔다. 이 총리의 사의표명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야당은 해임 건의안을 22일 밀어붙일 태세였다.

 새정치연합은 20일 이 총리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오는 24일 표결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했다. ‘24일 표결’이 이뤄지려면 22~23일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고 23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24일 표결에 반대해 의사일정에 협조해주지 않더라도 해임 건의안 제출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4·29 재·보선이 실시되는 성남 중원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국민들이 더는 기다릴 수 없다. 공정한 수사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총리 해임 건의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직 총리가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이는 역사상 없었던 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걸린 문제”라며 “지난 주말까지 총리 본인과 새누리당에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새누리당은 차일피일 미루며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임 건의안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이자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와 광주 서구을 재·보선에 출마한 조영택 후보가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상가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뉴시스]

 문 대표 발언 이후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이 총리가 진퇴를 분명히 할 수 있도록 해임 건의안을 제출하겠다”며 “24일 표결 처리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다.

 해임 건의안은 본회의 첫 보고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내에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23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4월 25~26일에도 표결할 수 있지만 주말이라 본회의를 열기 어려우니 24일 표결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24일 표결을 위해선 새누리당과 따로 본회의 의사일정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4·29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며 24일 표결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후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와 만나 “24일 본회의 개최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새누리당은 난색을 표했다. 양당은 2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주례회동에서 재차 일정 협의를 한다.

 그래도 새정치연합 내부에선 “여당이 의사일정에 합의해 주지 않아 설령 실제 표결에 이르지 못하고 해임 건의안이 자동 폐기되는 한이 있더라도 해임 건의안을 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총리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새정치연합은 만약 해임 건의안이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폐기될 경우 그 정치적 책임을 대부분 새누리당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표결이 성사되든 안 되든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내에 없을 때 해임 건의안을 내는 것은 정치 쇼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당 일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4일 표결안이 확정된 데엔 이런 생각이 깔려 있었다. 박 대통령의 귀국일(27일)에 맞춰 제출하는 방안에 대해선 “선거에 너무 임박해 제출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고, 표결이 재·보선 이후로 넘어가게 된다”는 반대가 많았다고 한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새누리당에서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 총리의 사의표명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글=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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