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 공포증 |집담형식 프로그램서 알아본 원인과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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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사람들. 이른바 대인부안증(또는 대인공포증)환자들을 체계적으로 치료하는 집담회 형식의 특수 클리닉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서울고려병원에 설치되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시형박사(고려병원신경정신과장)로부터 대인불안증의 증상과 원인에 대해 알아본다.
대인불안증은 표현 문화권인 구미보다는 치 (부끄러움)의 문화에 젖어온 동양권, 특히 일본이나 한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고 체면과 염치를 앞세우며 잘못하는 경우 수치와 창피를 받아야 하고 동시에 착한 사람, 잘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경쟁의식을 느끼고 배우면서 자라온 것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박사는 설명한다.
대인불안증환자는 특히 염치와 우윌의식을 가르친 엄한 가정, 전형적인 보수 가정에서 자란 사람에게 많이 볼 수 있는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박사의 임상경험에 의하면 호발연령층인 10대후반부터 20대의 3%정도가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대인불안증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자는 20대초반, 남자는 20대후반이 많고 남녀비는 2대1정도라고.
남과 대할 때 대개의 사람들은 약간의 긴장이나 불안을 느끼게 마련인데 정상인들은 이러한 긴장·불안을 「있는 게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대인불안증 환자들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약간의 흥분을 느끼거나 부끄럽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는 것(赤面)이 아니고 얼굴이 붉어졌기 때문에 창피하다고 생각하는「의식의 전도」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이같은 적면은 곧 자신에게 어떤 약점이 있고 이 약점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난 증거로 생각하고 약자·패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의식의 비약」 이 일어난다. 즉 「부끄러운」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창피한」것으로 비약하고 이것은 다시 「패배의식」으로 발전해간다.
이런 사람들이 버스 속에서 겪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들은 빈자리가 있는데도 이것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이 쳐다만 보아도 자신의 얼굴이 붉어졌거나 얼굴 모양이 이상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버린다.
또 다른 사람이 창문을 열거나 코를 풀거나 고개를 돌려도 내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이 정류장에 내리면 나 때문에 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여자옆자리에서는 오해를 살까봐 침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숨소리도 제대로 못낸다. 그래서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에 결국 앉지도 못하고 나아가 목적지까지 못가고 중간에서 내리고만다.
이러한 대인긴장·적면공포에서 더 진행하면 자기 얼굴표정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며 그럴수록 표정이 일그러지는듯한 기분을 느끼고(표정공포), 이쯤되면 다른 사람들이 내 얼굴을 어떻게 볼까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단계(시선공포) 로 발전된다. 결국에는 사람들이 나를 피하게 될 것이라는 관계염려·관계망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들은 처음에는 가족등 아주 친한 사이나 전혀 모르는 사람과는 별문제가 없으나 학교급우나 동료·이웃등 중간층의 사람을 대할 때 많은데 증상이 심해지면 모든 사람에게 대해서도 공포증상을 나타낸다.
이들은 결국 열등감·패배감·자책감을 느껴 학교나 사회생활을 못하게되고 때로는 정신분열증으로 오해받거나 자살을 기도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이 박사의 프로그램은 주1회씩 8주간 단계별로 치료하는 것으로 이런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스로의 경험을 분석하고 평균적인 한국인의 행동과 비교도 하며 비디오요법·유머요법·광고요법·이완요법 등의 단계별 요법이 활용된다. 이박사는 8주간 치료 후에는 대부분이 사회에 복귀하게 된다고 말한다.<신종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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