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아픈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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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동남점보페리호 조난사고는 평소 우리 주변의 안전관리가 어느 정도이며, 위기에 직면해 그에 대처하는 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시험하는 상징적 사건 같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관리의 문제가 번번이 논의되어 왔지만 이번 사고처럼 어처구니 없는 참사도 드물 것이다. 뱃길이란 항상 위험하고 해난사고는 예고가 없는 법이다. 그럼에도 노후여객선을 출항전에 정비점검도 제대로 않은 채 악천후의 야간운항을 무리하게 단행했다는 것은 여객의 생명을 제1로 삼아야할 서비스 종사자들이나 운항관리당국자들의 태만과 무책임의 결과로 밖에 볼수 없다.
선박구조상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부분이다. 선수부분의 대형 개폐식철문이 항해중 파도에 견디지못해 부서졌다면 평소에 정비가 얼마나 소홀했나를 여실히 보여준다. 선수 도어는 2중문에 스토파(STOPA)·쇠밧줄·턴버클등 3중자물쇠가 채워져 있는데도 이문이 열린 것이라면 정비점검에 1차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운항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모든 연안여객선은 폭풍주의보와 파랑주의보가 발령되거나 파고가 3m만 넘으면 해운조합 운항관리실의 통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여객선은 대형선박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주의보에 관계 없이 항해를 거듭해왔고 업자들의 잇속 때문에 야간운항을 해왔다는 것이다.
칠흑같은 망망대해에서 배에 물이 스며들며 배가 기우뚱하자 가장 침착해야할 선장을 비롯, 선원들이 허둥거리기 시작했고 성급히 일섭편주와도 같은 고무보트를 띄운 것은 위기에처해 평소에 관리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다급한 상황일수록 더욱 냉정하고 현명하게 사태에 대처하는 자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딘지 미흡하다. 이번 조난사고도 성급히 배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었던들 희생자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배가 기울자 배안은 온통 비명속에 아우성을 쳤고 서로 먼저 고무보트에 오르려고 아수라장이 되었으며 선장이나 선원들도 덩달아 우왕좌왕하다 사고를 빚은 것이다.
구명보트는 선박의 침몰이 확실시될 때에만 사용하는, 이를테면 마지막 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 선장의 직권으로 사용토록 되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배는 60∼70도로 기울거나 4층으로 설계된 객실중에 1, 2층이 침수되더라도 복원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런점을 누구보다 잘아는 선장이 승객의 진정노력에 앞서 보트사용을 명했고 승객들도 조급하게 서둘렀다는 것은 우리국민의 위기관리능력과 평소 교육·훈련의 미흡점을 여지 없이 드러낸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승무원등 서비스종사자들에게 조난훈련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시함은 물론 위기에 대비한 자세를 일찍부터 깨우쳐야 할것이고 연안 여객선의 철저한 재점검과 운항관리의 미비점등 대수술을 단행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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