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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1994년|불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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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94년4월 서울의 룸비니 거리에는 축제가 한창이다. 92년부터 착공하기 시작하여 완공된 불교평화기념회관 낙성 봉불 식과 세계불교지도자·공산권포교 제3차 보고회의가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모든 사찰의 스님과 신도들은 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벌써부터 흥분 속에 있었다.
그런데 이 불교평화기념회관은 조계사 자리에 건축한 것인데 지하2층 지상8층의 우람한 건물이다.
건물의 외관은 8각으로 연꽃을 상징하였고 수행의 계위를 의미하기 의하여 지상 8층을 올렸다고 한다.
연건평 2만평으로 높이가 다소 낮은 듯한 인상을 주지만 그러나 여느 빌딩에 비하면 안정된 인상과 중후하고 경건한 종교성을 느끼게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불교의 내부적인 문제로 불교계안팎에서 숱한 비난을 받아온 조계종은 84년 9월에 전종도가 발로참회법회를 3일간 대대적으로 거행하였다. 이 법회가 이뤄진 것은 그해 초파일을 봉축하고 난 이후 종단 발전제도계획이 발표되어 그 제도를 혼신의 신앙으로 실천하기 위한 결의를 표명하는 법회를 하자는 자발적인 발원이 결속되었다.
청·장년 층의 스님과 신도들이 한국의 전통성과 역사성 위에 자각적 종교성을 확립해야한다는 이념적 운동이 일어나 조직적인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앞서의 법회가 9월에 열린 것이다. 이 법회에서는 인간본원의 불성을 계발할 것, 민족종교로서 역사성을 구현할 것, 통일을 앞당기는 원융 방안을 모색할 것 등 개인·역사·조국의 의미를 심화 융성 시키는 작업을 선결하자는 결의를 다짐하였다.
이와 같은 총결적 다짐과 발원에 의해 한국 불교는 초 종단 적인 발전을 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이 있은 후 종단은 부처님의 제자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고 학술회의를 거듭하여 이듬해 최종적인 최고 승가회의에서 결론을 내렸다. 부처님의 제자란 자기자재의 인격자로서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영원한 구도자라고 하였다. 이 결의의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상당히 진보적인 해석을 갖고있는 것이다.
자기자재란 형식적인 계율에 얽매이지 않고 대승적 보살계를 실천함으로써 이룩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승가수행보다 문호를 개방한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윤리적·도덕적인 인격과로 못을 박고 있어 자유 속에 행동반경이 도덕 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승가 스스로 발로참회 하여 종교인의 지표를 설정했으므로 그 실천력도 놀라울 만큼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신도들도 정재의 무주상포시가 신심으로 이행되어 사회정의를 실천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렇게 정시를 내놓는 것 모두가 각 사찰에서 전산처리장치가 되어 중앙에서 일목 요연히 총집 되므로 계획적인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비교적 사찰운영이 윤택한 곳에서 들어온 정시는 포교활동이 부진한 사찰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또 불교학을 연구한 학자가 컴퓨터를 공부하여 해인사 말만 대장경을 입력하면서 우리말 번역 법을 새롭게 도입하여 부처님 말씀을 새시대의 종교어로 발전시킨 것은 일대 변혁이 아닐 수 없다.
94년 3월 한국불교의 발전을 조사하러온 UNESCO의 한 위원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인간은 자각하는 양심을 가졌다. 그 자각이 종교적으로 이룩되면 세계를 하나로 구원할 것이다.
한국불교가 바로 그 점을 깨달은 것이다.』이러한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l거의 중생적 불교에 묻힌 한국불교가 지금은 보살적 불교로 나아가고 있고 또 세계의 모든 종교인이 한국의 불교에다 화두를 두고 있다는 것에 커다란 긍지를 느끼고 있다.
목정배<동국대 불교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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